하지만 4·10 총선으로 ‘대통령 탄핵’은 금기어가 아니게 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이 몇 년 남았죠? (3년이) 확실합니까?”라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13일 공식 브리핑에서 “사실상 탄핵에 가까운 불신임 평가”라고 총선 민심을 요약했다. 민주당이 ‘해병대 채수근 상병 특검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을 땐 취재진 사이에서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선거 결과가 이렇게 무섭다.
2주 뒤(3월 18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대파 한 단을 들고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이란 발언을 했다. 하필이면 대통령 방문에 맞춰 산지 납품단가 지원(2000원)과 농협 자체 할인(1000원), 정부의 30% 할인 쿠폰(375원)까지 한꺼번에 적용됐다. 또다시 2주 뒤(4월 1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란에 대해 51분 동안 일방 담화를 발표했다. 이처럼 총선 패배의 시작과 절정, 끝엔 모두 한 사람이 있었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2027년 임기 말까지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인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어느 때보다 정치적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 극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도 결국 대통령의 숙명이다. 이미 윤 대통령 스스로 용산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팻말(The Buck Stops Here)을 가리키며 “책임은 내가 진다”고 설명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