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지연, 낮은 품질, 제품 불량, 과대광고, A/S 지연까지….
그렇다면 알리익스프레스(速賣通·중국 온라인 쇼핑몰)는 지금 망해가는 중인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아니다. 알리의 목표는 더 멀리 있는 것 같다.
싼 가격,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은 알리
2024년 3월 6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서 발표한 알리익스프레스 모바일 앱 이용자는 818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30% 증가해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현재, 68만여 명이 늘어 이용자는 약 887만 1000명이 됐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주문량(2023년 10~12월)이 전년 대비 60% 증가해 알리 재무 보고서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됐었다. 작년 3월 론칭한 ‘초이스’ 서비스가 크게 한몫한 것이다.
이는 ‘반 위탁관리(半託管)’로 가맹점 걱정을 크게 덜어줬기에 가능했다.
작년 8월 알리는 판매자 자영업과 일괄 위탁관리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반 위탁관리’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핵심은 기존의 무역회사, 총판, 도매, 소매 등 복잡했던 유통구조를 ‘제조사▶알리 익스프레스▶소비자’로 단순화시키고 물류, 배송, 마케팅, 고객 CS 등을 모두 플랫폼에 맡기는 것이다. 1월 8일 ‘반 위탁관리’ 모델이 정식으로 출범된 뒤 해당 모델은 점차 이커머스 플랫폼의 표준이 됐다.
수수료(5~8%)를 고려하더라도 판매자에게는 이익이 더 크다.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으니,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생산에만 전념하면 된다. 또한 반 위탁관리는 판매자에게 독립적인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판매자 스스로 합리적인 판매 가격을 책정해 어느 정도 이윤을 보장할 수 있다.
수수료 0원으로 국내 판매자까지 제대로 꾀었다.
카테고리별로 다르지만, 현재 쿠팡만 봐도 수수료가 5.8~10.8%다. 그런데 알리는 수수료가 0원? 정말 파격적이다. 입점을 원하는 판매자가 줄을 섰다고 한다. 판매자는 수수료도 안 들이고 매출을 늘릴 수 있고 면제된 수수료 일부를 가격 할인에 활용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이렇게 다 퍼주고 알리는 괜찮을까?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 그룹은 향후 3년간 한국에 11억 달러(1조 46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우선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올해 안으로 국내에 통합 물류센터를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시장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그래도 ‘시장’하면 땅 넓고 사람 많은 중국이 제일 아닌가? 실제로 작년 5월에 발표된 알리바바의 23년도 1분기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경기 둔화 및 산업 경쟁 심화로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인 중국 내 이커머스 성장 둔화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글로벌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의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만국우편연합* 제도가 유리하게 작용해 물류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여기에 플랫폼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는 직구 제품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 우편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연합으로 각 회원국은 자국 내 우편 배송 비용만 부담하고 국외 배송 비용은 따로 정산한다. 비용은 우편 개발 지수에 비례하며 나라마다 차등이 있다.
알리는 이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물류센터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만약 한국 내 물류센터까지 완공돼 서로 연계된다면 알리의 운송 효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수수료 0원'으로 국내 판매자를 대거 입점시킴으로써 알리는 국내 경쟁력도 강화하고 알리의 물류망을 통해 제품을 전 세계로 보내는 역직구 시장까지 노려볼 수 있다. 당장은 적자라고 해도 알리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 분명하다.
그래서 킵고잉(keep going)!
사실 껍데기만 그럴듯한 제품이라면 알리에서 판매한 게 아니더라도 결국은 외면받았을 것이다. 반대로 알맹이가 꽉 찬 제품이라면 알리의 해외 진출은 기업과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이왕이면 한국도 알리를 역이용하면 좋지 않을까? 조금은 나은 쇼핑 경험을 기대해 본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