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은 놀랍도록 단순해 보인다. 작은 캔버스에 일몰과 일출의 풍경을 그린 삼색 수채화 ‘매티턱’(mattituck·작가가 거주하는 지역 이름) 연작도 그 중 하나다. 화면 가운데 수평선, 그 위에 그린 동그라미(때로는 반원)가 전부다. 거대한 돌기둥을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설치 작품 ‘수녀와 수도승’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에서도 단순해 보이는 작품들이 곳곳에 놓였다. 매티턱 회화와 함께 놓인 11점의 말 조형물부터 그렇다. 매일 떠오르고 지는 해와 달을 보고 그린 수채화 12점이 벽에 띠처럼 걸렸고, 전시장 가운데엔 유리로 만들어진 말 조형물이 놓였다. 말의 실루엣 안에 푸르고 투명한 빛의 바다 풍경이 담긴 듯하다.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담은 수채화에 대해선 “4년 전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 롱아일랜드에 머물 때 그리기 시작했다”며 “매일 저녁 아름답게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것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 안엔 시간과 공간이 다 담겨 있다”며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내 삶을 돌아보며 쓴 일기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론디노네를 대표하는 돌기둥을 닮은 조각도 전시된다. 2016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 설치됐던 7점의 초대형 돌조각 ‘세븐 매직 마운틴스’는 방탄소년단(BTS) RM이 인증 사진을 남기면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원주의 3∼12세 어린이 1000명이 각각 해와 달을 주제로 그린 드로잉 2000장도 두 개의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지역 어린이들의 작품을 자신의 전시에 함께 보여주는 식으로 지속해온 그의 협업 프로젝트다. 그는 “미술관이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공간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지역 아이들이 편하게 와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같이 즐기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곧 미래다. 아이들을 예술의 일부로 참여하게 한 이 작업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전통 의식과 현대 무용을 결합한 퍼포먼스 영상 ‘번 투 샤인’(2022)도 선보였다. 일몰 시간에 시작해 해가 뜰 때까지 벌어지는 역동적인 춤과 소리를 통해 자연의 순환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론디노네는 “어둠과 빛, 삶과 죽음 등 자연의 순환이 제 전시 전체에 녹아 있다”며 “도시에 미술관이 넘칠 정도로 많은 시대에 뮤지엄 산처럼 도시의 소음 없이, 매일 자연을 볼 수 있는 장소에서 전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명상이라는 게 꼭 바닷가에 나가서 자연을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다. 창밖을 바라보거나 산책을 하며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명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연을 보면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밖에 없다. 제 작품을 통해 이런 세상의 아름다움에 빛을 더 비추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