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1사업장은 전투기·헬기·함정·발사체 등에 탑재되는 각종 엔진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날 엔진조립동에는 197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삼성정밀공업)가 출범 후 2년 만에 처음 생산한 F4 전투기용 엔진 ‘J79’부터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용 ‘F414’까지 그간 생산된 엔진 십여대가 연대별로 전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J79 엔진의 창정비 생산(장비를 완전 분해 후 부품을 점검·수리하고 조립해 첫 제작 당시와 동일한 성능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1982년에는 국내 최초 전투기 제트엔진 ‘J85-SPI-21B’ 생산에 성공했다. 1995년에는 블랙호크 헬기용 엔진을 출하했고 1999년부터는 함정용 엔진도 생산한다. 하지만 모두 면허 생산이다. 글로벌 3대 항공 엔진 기업(GE·프랫&휘트니·롤스로이스)들이 개발한 엔진을 허가받고 제작하는 것이다.
항공 제트 엔진은 압축기·연소기·터빈 등 핵심 부품을 포함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 완성한다. 그만큼 정밀 기계 기술력이 중요하다. 현재 독자적으로 엔진 설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등 6개국 뿐이다. 민간 기업으론 미국 GE와 P&W, 영국의 롤스로이스 3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이들은 미사일 확산 방지 조약(MTCR), 미국 정부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수출관리규정(EAR)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왔다.
1979년 GE 엔진 면허 생산을 시작으로 2004년 3대 엔진에 대한 면허생산 기록을 모두 확보한 한화는 이제 독자 엔진 설계·생산에 도전한다. 이날 회사는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1만5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KF-21 보라매 전투기에 탑재된 F414와 동급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F414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E의 면허를 받아 생산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납품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나아가 차세대 전투기인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방위 산업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5일 한화는 방산과 산업솔루션 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실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항공·우주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재편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찾아 “우주 시대를 앞당겨 미래 세대 희망이 되자”고 선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