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찾은 서울 마포구 월드컵대교 인근 양화 인공폭포·안양천 복구현장. 이곳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소속의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가 경사지에 정차한 레미콘 뒷바퀴 고임목이 부실한 걸 발견하고 ‘작업중지권’을 외쳤다. 고임목 교체는 수 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공사는 이내 재개됐다. 김씨는 “도심지 내 공사현장이어서 작은 부주의 하나가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수시로 사용하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2021년 3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한 후 현장 곳곳에 근로자가 스스로 지키는 안전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3년간 현장 근로자들이 30만 건 넘는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면서다. 삼성물산은 21년 3월 이후 국내외 113개 건설 현장에서 총 30만1355건을 사용했다고 15일 밝혔다. 하루 평균 270건, 5분마다 한 번씩 근로자가 작업중지를 행사한 셈이다.
건설업계 안전 문화 자리매김
삼성물산은 근로자 작업중지권이 사고 예방에 중요하다는 점을 확신하고 꾸준히 독려해왔다. 작업중지권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전문 애플리케이션(S-TBM앱)을 개발하고, 우수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론 작업중지권 행사로 발생하는 공기 지연, 인력 추가 투입 등 협력업체 비용 증가에 대해서도 보상했다.
공민석 삼성물산 월드컵대교 현장소장은 “건설현장은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이 상존하는 전쟁터”라며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면 잠시 1~2시간 작업을 정비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된다. 그냥 넘어가서 대형 사고가 나면 공사가 한 달간 멈춰설 수도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근로자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를 크게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 회사의 휴업재해율(근로자가 1일 이상 휴업하는 재해 발생 비율)은 2021년부터 매년 15% 가까이 감소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안병철 부사장은 “작업중지권 확대로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 건설업계 안전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며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있다는 근로자 교육과 정보 제공을 계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