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자본시장 업계와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산출 방법이 변경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개 종목을 묶은 지수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브로드컴·퀄컴·TSMC·ASML 등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판매·디자인·장비 등 주요 기업을 모두 담고 있다. 반도체 관련 지수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표 지수로 통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산출 방법이 변경되는 것은 지난 1993년 지수 발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지수는 특정 산업의 업황을 나타내는 업종 지수인 만큼, 연속성 유지를 위해 일반적으로 산출 기준이나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수 산출 기관인 나스닥이 수십년 만에 기준을 바꾼 데에는 최근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을 제대로 반영할 필요성이 이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반도체 기업 주가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 전 세계 다양한 금융상품의 기초 지수가 된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챗GPT(Chat GPT) 등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가전 분야에서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면서 AI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도 그 어느 때보다 열기를 띠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상장지수펀드(ETF)’다. 이 펀드는 운용 규모가 2조3814억원에 달하는 국내 1위 반도체 ETF인데, 필라델피아 지수를 추종하는 전 세계 반도체 ETF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오민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나스닥에서 투자자와 고객, 산업 전문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회의가 열었다”며 “다수의 참여자들은 반도체 시장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변화한 점을 고려했을 때 기존 방법론이 현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이를 나스닥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