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단독 175석은 4년 전 180석만큼이나 완승이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볼수록 이 대표가 활짝 웃었더라면 좀 민망할 뻔했다. 먼저 친(親)이재명계의 성적이 그랬다. 이 대표가 ‘차은우보다 잘생겼다’던 안귀령 대변인은 12년간 민주당이 수성했던 서울 도봉갑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에게 1098표 차로 졌다. 이 대표는 도봉갑 현역인 인재근 의원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유한 뒤 안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는데, 안 대변인은 선거 직전에도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 행정동 이름을 못 외웠다.
당선된 친명 후보들도 새벽까지 가슴을 졸였다. 선대위 상황실장이던 김민석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에서 상대 박용찬 후보에게 1135표 차로 겨우 이겼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경기 하남갑에서 친윤 초선 이용 국민의힘 의원에게 1199표 차로 신승했다. 경기 수원정에선 막말 논란에 휩싸인 김준혁 후보가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 끝에 2377표 차로 이겼는데, 무효표(4696표)가 두 후보 표차보다 더 많이 나왔다.
PK 선거결과도 우울했다. 특히 부산에선 현역 3명 가운데 전재수 의원만 승리를 거뒀고, 북을·강서·부산진갑·기장·해운대갑 등 선전을 예상했던 지역에서도 예상보다 큰 표차로 졌다. 경남 양산을에선 지역구를 바꿔 현역 김두관 의원에게 도전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승기를 쥐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를 한 PK 후보 11명 중 9명이 낙선했다.
민주당은 선거 내내 “나쁜 정권에 책임을 물어달라”며 정권심판론을 호소했지만, 사실 유권자들은 기억력이 좋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정권의 실체를 정확히 보시고 주권자로서 심판해 달라”고 호소해 정권교체 한 게 딱 2년 전이다. 그 2년 동안 0.73%포인트 차 승리를 압승처럼 써서 여권이 졌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올해의 이런 승리를 어떻게 쓸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