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이즈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보이스 피싱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기 전 노인 우울증 정도로 짐작한 클레이는 엘로이즈의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외로운 일이죠. 어느 나이가 되면 투명인간처럼 더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돼요.”
아, 그분들은 그 자리에 계속 있었는데 내 눈엔 보이지 않았구나. 그분들이 있어서 이 사회가 이 정도로 유지되고 있구나. 그렇다. 노인 인구,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우리가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잘 보이지 않는’ 이들이 사회 곳곳을 떠받히고 있었던 것이다.
클레이는 말한다. “아이가 당하면 부모가 나선다. 하지만 노인이 당하면 혼자서 말벌들을 감당해야 한다.” 그들의 삶을 우대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평등하게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선거 때만 잠깐 무대에 올렸다가 선거가 끝나면 투명인간으로 돌아가게 해선 안 되는 것 아닐까. 한 사회의 수준은 잘 보이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달린 것 아닐까.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