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빅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마포을은 38.8% 득표율을 얻은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가 현역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에게 13.7%포인트 차이로 크게 뒤지면서 낙선했다. 국민의힘은 한 전 위원장의 ‘운동권 심판’ 구도에 맞춰 정 당선인에 맞서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인 함 후보를 전략공천했지만 4년 전 격차(16.9%포인트)보다 차이를 3%포인트 줄이는 데 그쳤다.
민주당 86그룹의 상징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해 전략공천된 윤희숙(서울 중-성동갑) 후보도 선거에서 패배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 공천 확정 후 임 전 실장 대신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을 공천하면서 ‘운동권 심판’ 구도를 피했다. 윤 후보는 52.6% 득표율을 기록한 전현희 당선인에게 5.2%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이재명 저격수’ 공천도 전원 고배를 마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도전장을 낸 인천 계양을의 원희룡 후보는 이 대표에게 8.7%포인트 뒤진 45.5% 득표율에 그쳤다. 한 위원장은 8일 원 후보와 함께 이 대표의 ‘소고기 논란’ 식당까지 방문하며 심판을 외쳤지만 원 후보는 관내 6개 동에서 모두 이 대표에 뒤졌다. 이 대표의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했던 장영하(경기 성남수정) 후보도 김태년 민주당 의원에 16.8%포인트 뒤졌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간판으로 출마한 ‘귀순용사’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 일부 민주당 표심을 뺏어오면 당선될 수 있다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집토끼도 산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고차원 방정식인 공천을 ‘컨셉트’에 집착하다가 인물 경쟁력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구도는 민주당이 ‘비명횡사’ 공천 파동을 거치는 가운데 86 운동권 출신 다수가 공천에서 탈락해 힘을 잃었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 내 역학 관계부터 상대와 우리의 선거 전략, 구도 등 복합적인 계산이 필요한 공천을 마치 전략게임처럼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