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행정부 파워게임 불보듯 뻔해
앞으로 3년이나 '데드덕' 봐야 하나
연정이건 내각제건 정치 틀 바꿔야
앞으로 3년이나 '데드덕' 봐야 하나
연정이건 내각제건 정치 틀 바꿔야
#2 참패를 면할 막판 기회는 있었다. 열흘여 전부터 '양김(양문석·김준혁) 효과'로 국힘이 상승세를 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변곡점에서 찬물을 끼얹은 결정적 한 방은 4월 1일의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 아니었나 싶다. 99%는 '어디서 감히!'였다. 이런 대통령의 '가르치려 드는' 태도에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졌던 중도 지지층이 '막판 뜨악'을 했다고 본다. 생방송으로 담화를 지켜보다 데자뷔를 느낀 장면이 있다. 지난해 3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장. 일본 기자가 강제징용 해법으로 한국 정부가 제시한 3자 변제안에 관해 물었다. 윤 대통령은 한동안 설명한 뒤 미소를 머금은 채 질문한 기자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부족하면 제가 더 답변해 드릴 수 있는데…." 일본 기자들은 움찔했다. 윤 대통령 본인은 자기 생각이 늘 옳다고 생각하지만(실제 그럴 수도 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한 수 가르치듯 말하는 경우가 많다. "바른 말을 얄밉게 이야기하는 게 한동훈, 틀린 말을 그럴싸하게 이야기하는 게 이재명, 모든 말을 위에서 이야기하는 게 윤석열"이란 항간의 말에는 뼈가 있다.
#3 총선은 끝났다. 역대급 비호감, 역대급 저질 선거였다. 당선된 후보에겐 잔인할지 모르나, 앞으로 4년간 이들을 봐야 할 국민은 고역이다. 냉정하게 보자. 우리가 치른 최근 30년의 총선 중 "이번 선거는 역대 최악"이라고 안 불린 적이 있었던가. 늘 도돌이표였다. 국회의원의 질은 떨어지고 나라 전체가 극단적 진영 대립으로 치달았다.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단두대 매치'다. 22대 국회도 협치는 기대난망이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늘 틀어져 있고, 국민이 뽑아 놓은 대통령을 남은 임기 내내 '데드덕'으로 놔두는 게 정답일 순 없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연정을 하건, 내각제로 바꾸건 하루속히 정치의 틀을 바꿔야 한다. 내각제로 가면 몇 개월에 한 번씩 총리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맞다. 한때 일본이 그랬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5년간 한 발짝도 정치가 앞으로 못 나갈 바에야 차라리 바꾸는 게 나을 수 있다. 또 그런 시행착오 속에 정치도, 국민도 그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자연스럽게 타협과 대화를 모색하는 법이다. 그걸 잘하는 지도자는 오히려 롱런한다. 독일과 영국이 그랬다. 나아가 연정이나 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국민성이 공통적으로 타협과 절충에 능한 건 우연일까. 아니다. 모든 것에 우연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