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총리와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전면적인 글로벌 파트너’로 중대한 전환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일 관계는 더 높고 다른 수준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으로 과거 동맹을 마감하고, 동맹의 다음 시대를 정의했다”며 “이것은 외교, 국방,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새로운 표준이고, 일본은 상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앞으로 일본은 일본 주변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인도·태평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등과 같은 상황에서 향후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참전할 길을 연 것으로, 일본이 2차 대전 후인 1947년 승전국 미국의 지침에 따라 제정된 평화헌법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의 용인하에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사실상 전환한다는 의미다.
회담에 앞서 공식 환영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몇 세대 전 양국은 끔찍한 갈등을 겪은 적대국이었지만 이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며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국방 파트너십과 인도·태평양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친구인 미국과 손을 맞잡고 10년 후 100년 후 세계의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인도·태평양과 세계의 과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며 “미·일 동맹이라는 ‘벚꽃 유대’는 이 땅과 인도·태평양,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더 두텁고 강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70여개 달하는 항목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양국은 이날 무기 공동 개발 및 생산을 논의하는 ‘방위산업정책조정회의(military industrial council)’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의 강력한 산업 역량이 미국의 방위산업 생산의 취약한 부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처음으로 일본에서의 전력 구조를 변화시켜 새로 생기는 (육해공 자위대의) ‘합동작전센터(joint operations center)’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 창설된 일본 육해공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주일미군사령부 간의 긴밀한 조율이 가능하도록 미·일 동맹의 지휘구조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11일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오후엔 백악관에서 사상 첫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도 한다.
◆“한·중·일 정상, 내달말 서울서 만날듯”=일본 교도통신은 10일 한국·중국·일본 3국 정상회의를 5월 26~27일 전후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확정될 경우 3국 회의는 4년 5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