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 비례 투표용지 “3번이나 접어”
1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 제1투표소에 만난 조원순(61)씨가 투표를 마친 뒤 한 말이다.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역대 최장인 51.7㎝에 달한다. 연두색 용지에 38개 정당 이름이 3번부터 40번까지 표기됐다. 조씨는 “비례 투표용지를 3번이나 접어서 투표함에 넣었다. 생소한 정당이 워낙 많아서 피로감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수빈(33)씨는 남편과 함께하는 첫 투표를 기념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김씨는 “비례 투표용지에 1·2번이 없는 게 의아했지만, 사전에 지지하는 정당 번호를 공부하고 와서 제대로 투표하고 왔다”며 “청주 구도심인 상당구 빈 상가 문제나 낙후한 도로를 개선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유권자 대부분은 출구 조사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구 조사 담당자는 “사전 투표율이 워낙 높아서, 본투표 표본 조사가 많이 이뤄지는 게 관건인 것 같다”고 했다.
결혼 후 첫 부부 투표 기념
‘육지 속 섬마을’인 강원 화천군 화천읍 주민들도 배를 타고 투표소로 나와 한표를 행사했다. 화천 파로호 동촌1리와 2리 주민 3명은 이날 오전 9시쯤 구만리 선착장에 도착, 최전방에 있는 풍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1940년대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없어져 ‘육지 속의 섬’이 된 뒤부터 투표가 있는 날이면 배를 타고 나와 투표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 대청호 연안의 오대리 주민 8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 5t짜리 철선에 올라 투표에 참여했다. 이세원 오대리 이장은 “사전투표를 했거나 몸이 불편한 몇몇을 빼고 주민 전체가 한꺼번에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충남 서해안 섬마을 주민들과 논산 양지서당 가족들도 투표장을 찾아 투표권을 행사했다. 마을 주민이 101명인 고파도는 본투표일만 투표소가 설치되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이 이날 투표에 참여했다. 마을 이장은 “평소 섬 지역 주민을 위해 관심을 많이 둔 후보, 성실하고 믿음이 가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논산 양지서당 유정욱 훈장과 그의 가족은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밖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사저 인근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권 여사는 이날 오전 8시쯤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인근 한빛도서관 다목적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광주서 투표용지 훼손 사건
경남 통영에서는 이날 오전 9시55분쯤 오곡도에 사는 유권자 6명을 태운 29t급 유람선이 표류하는 사고가 났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가 난 배는 오곡도 인근 해상에서 스크류에 부유물이 감겨 오도 가도 못했다. 통영해경은 경비함정을 급파해 유람선을 안전해역으로 예인한 뒤 유권자 6명을 통영시 학림도 투표소로 이송했다. 한철웅 통영해양경찰서장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종료 시까지 도서지역 투표함 이송과 선거업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