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일 동안 타박상 여파를 지우지 못한 김지찬은 이날 롯데전 라인업에서 빠졌다. 일찌감치 훈련만 소화한 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휴식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 김지찬의 방망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지찬은 이날 삼성이 0-1로 지고 있던 6회초 1사 1, 2루 공민규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큼지막한 3점홈런을 터뜨렸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의 시속 143㎞짜리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신장 163㎝으로 KBO리그 최단신 선수인 김지찬은 장타를 때려내는 타자가 아니다. 2020년 데뷔 후 통산 홈런은 이전까지 단 3개. 2020년과 2021년 1개씩 터뜨렸고, 지난해 1개를 추가했다. 올 시즌에도 ‘당연히’ 홈런은 없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터진 이 홈런은 상대에게 치명타가 됐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나균안은 후속타자 김재상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이어 구승민이 올라와 김현준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김헌곤에게 우월 2점포를 허용했다. 1-0 스코어가 일순간 1-5로 변한 6회였다.
승기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굳혔다. 선두타자 김헌곤이 바뀐 투수 한현희로부터 볼넷을 골라낸 뒤 구자욱이 우전안타를 때려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이어 데이비드 맥키넌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김재혁이 내야를 빠져나가는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6-1로 달아났다. 계속된 1사 1, 2루에선 김영웅과 김지찬이 나란히 1타점 우전 적시타를 추가해 리드를 8-1로 벌렸다.
김지찬이 3타수 3안타 4타점, 김헌곤이 3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삼성은 8-1로 롯데를 잡고 3연승을 달렸다. 선발투수 원태인은 6이닝 1실점으로 올 시즌 첫 번째 승리를 신고했다.
잠실에선 두산 베어스가 한화 이글스를 5-3으로 눌렀고, 광주에선 KIA가 LG 트윈스를 7-2로 제쳤다.
전국 5개 구장에서 모두 경기가 열린 KBO리그는 올 시즌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사직 1만5076명, 창원 4918명, 인천 9468명, 잠실 2만3598명, 광주 1만1817명 등 이날에만 6만4877명이 입장해 올해 70경기에서 누적관중 101만2624명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빠른 페이스다. 최고기록은 2012년 65경기째 100만 관중 돌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