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엔 걸린 초대형 일장기
백악관은 이날 기시다 총리의 입국을 앞두고 백악관 벽면에 초대형 성조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걸었다. 기시다 총리가 머무는 백악관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는 일장기가 게양됐다. 인근엔 보안을 위해 경찰차 수십대가 배치됐고, 기시다 총리의 입국 직후엔 백악관 앞 도로까지 완전히 통제했다.
이번 방미는 일본 총리로서 9년만에 성사된 국빈대우 방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9일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 등 경제인들을 만난다. 10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이 예정돼 있고, 11일엔 미 의회 연설과 미·일·필리핀 정상회의가 이어진다. 어어 12일에 노스캐롤라이나 도요타 자동차 탑재 배터리 공장 건설 예정지 등을 시찰한 뒤 14일 귀국한다.
일본, 오커스 합류 …“HGV 탐지 협력”
이날 기시다 총리의 출국에 맞춰 미국·영국·호주의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필러2 프로젝트'에 일본이 합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커스는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해저·양자기술·인공지능(AI)·사이버·극초음속·전자전 무기 등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2로 구성돼 있다.
일본이 필러2에 합류하면 미국과 미래 첨단 무기 기술을 사실상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영·호 3국 동맹 오커스가 일본이 참여하는 ‘조커스(JAUKUS·Japan+AUKUS)’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격자형 안보’ 전환의 마지막 ‘퍼즐’
미·일 정상회담 직전 발표된 일본의 오커스 합류는 미국이 구상하는 미래 안보 전략의 얼개와 일본의 향후 역할을 짐작케 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호주를 방문한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는 한 강연회에서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일본(Japan)이 참여하면 '조커스'(JAUKUS)'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격자형 안보 전략을 구성하는 요소로 오커스와 함께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로 구축된 한·미·일 삼각동맹, 11일로 예정된 미·일·필리핀 3국의 정상회의를 들었다. 일본이 오커스에 합류하면 일본은 미국 주도의 모든 핵심 다자 협력체에 참여하는 유일한 동맹국이 된다.
사실상 미국과 안보를 분업하는 역할이 맡게 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이매뉴얼 대사는 “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은 분리할 수 없는 단일한 전략적 영역으로, (격자 그룹을) 포괄적 전체로 통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상이 실현된다면 일본의 역할이 인도·태평양 넘어로 확대될 수도 있다.
日 “미국과 어깨 나란히 할 준비됐다”
야마다 대사는 이날 대담에서 “일본이 미국의 파트너로서 글로벌 이슈에 대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에서 새 시대의 첫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의 혁신적 변화와 안보 정책,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국방 예산을 GDP의 2%로 확대하고, 무기 수출 금지 조항을 개정하는 등 최근 ‘정상국가화’와 관련한 기조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매뉴얼 대사는 “(평화헌법 이후)지난 60년 동안의 구조가 앞으로의 60년에도 적합한지 고민했다”며 “답은 ‘아니오, 그럴 필요가 없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일이 다른 구조를 갖게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방미 전 기시다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의 억지력과 (군사적)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은 미·일동맹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기 공동 개발·생산과 함께 주일미군·자위대의 지휘통제와 관련한 장기 비전에 합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당장 필리핀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동북아사령부의 창설은 북한을 겨냥한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를 의미한다”며 “북한을 막아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미국에 반대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