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운암주공아파트 단지 공원에서 만난 강정자(79)씨는 투표 얘기를 꺼내자마자 “안민석이가 안 나오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왔던데?”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전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강씨는 “아직 살아있으니 투표장에 가긴 해야지”라면서도 “파란색이나 빨간색이나 둘 다 젊다는 것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 오산의 유권자 표심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곳에서만 내리 5선을 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생긴 빈자리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모두 영입 인재를 전략공천했다.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부교수인 차지호 민주당 후보와 EBS 스타강사 출신 김효은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들은 막판 얼굴 알리기에 주력했다. 7일 차지호 후보는 배우자와 벚꽃이 만개한 오산천을 찾았다. 일요일을 맞아 벚꽃구경을 나온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이곳에서 차 후보는 마주치는 시민들에게 “본투표 때 본때를 보여주시려는 거죠?”라고 웃으며 명함을 건넸다. 셀카를 요청한 한 중년 남성이 엄지척으로 1번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좋은 거 같다”고 하자 차 후보는 “주변분들이 잘 뽑을 수 있도록 홍보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주민들은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한 인물론에 주목했다. 중앙동에 사는 임우진(57)씨는 “바로 옆 동탄은 신도시로 천지개벽했는데 오산은 여전히 낙후돼있다”며 “차지호가 유학파에 국제기구에서 활동도 많이 한 만큼 전문성에서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남촌동에 사는 이연길(62)씨는 “민주당이 20년이나 했는데 오산은 제자리걸음이었다”며 “이제 바뀔 때가 된 만큼 색깔이 다르고 여성인 김효은 후보가 더 참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심판론에 대한 정서는 제각각이었다. 오산 오색시장 양말 가게 주인인 황경자(64)씨는 “대선 때 윤석열을 뽑았는데 이대로 두면 오산시장부터 경제까지 죄다 망하게 생겼다”며 “윤석열이나 한동훈이나 법치만 알지 민생은 하나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산에서 40년 살면서 민주당만 찍어왔다는 이우희(76)씨는 “대권후보까지 나온 박용진을 세 번 죽이고 상스러운 막말 후보는 그대로 두는 걸 보니 아주 환멸이 느낀다”며 “이재명이 이번에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성토했다.
오산은 전국에서 7번째로 젊은 도시(평균연령 40.7세)인 만큼 실용적인 공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원동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세 아이의 학부모 조현정(38)씨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지원책이나 학군이 아쉽다”며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10일에 투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교신도시에서 판교로 출퇴근한다는 회사원 박병규(36)씨는 “교통 문제가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두 후보는 모두 GTX-C 노선 오산역 정차와 학교 신설 등을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