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해 M&A 시장은 다시 40조원 규모로 추락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의 확산, 팬데믹 기간에 있었던 과도한 투자의 후유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초 6조 원대 가격의 해운·물류 기업 HMM의 매각이 불발된 것은 이런 시장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조원 이상 가격의 초대형 거래를 의미하는 ‘빅딜’이 사라지면서, 시장의 역동성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이유다.
사모펀드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수 자금을 펀딩하는 것 자체부터 쉽지 않다.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조차 사모펀드에 출자해 줄 여력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인수금융 대출의 금리 또한 너무 높아진 상태다. 웬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매우 적정한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는 한,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M&A 시장의 영향을 받아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투자비 회수도 더디기만 하다.
올해 초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2021년의 급격한 회복이 이른바 ‘오버슈팅(overshooting)’으로 이어졌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의 참여자들이 그 후폭풍을 지금 한창 겪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인하가 하반기에 시작되더라도 시장의 회복은 내년 이후에나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M&A 시장도 지난 5년간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지만, 그 진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건전하고 활력 넘치는 경제에선 기업 설립과 투자 유치, M&A를 통한 기업 거래가 막히지 않고 유기적으로 일어난다. 현재 우리나라 M&A 시장 상황은 여러 모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