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우리 동네에 숲이 있었던가?’ ‘큰길 가로수 정도만 본 듯해.’ ‘아파트 단지에 나무들이 있긴 한데….’ 도시숲이라는 말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 개념부터 쓰임새까지 알쏭달쏭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도시숲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 동대문구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을 찾았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홍릉숲 안에 있어 찾아가는 길부터 각종 나무들이 맞이해줬죠.
도시숲연구과 박찬열 임업연구관을 만난 김수민·원지민·전상윤 학생기자는 질문을 쏟아냈어요. 먼저 도시숲이 다른 숲과 다른 점이 뭔지 궁금하다며 도시숲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청했죠. 박 연구관은 “쉽게 말하면 도시에 있는 나무와 숲이 도시숲”이라고 했습니다. “숲 하면 백두대간 깊은 산속이나 어딘가 먼 곳에 나무가 빼곡하게 선 들판 같은 걸 떠올리곤 하죠. 숲은 우리에게 좋은 걸 주지만, 이런 숲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고 가까이서 이로움을 줄 수 있게 도시에 숲을 만드는 거죠. 같은 효과를 주더라도 가까우니까 상대적으로 그 값어치가 큰 거예요. 나무 입장에선 산에 있는 게 좋겠지만, 사람 입장에선 도시에 나무가 있는 쪽이 좋죠. 대신 사람은 나무를 더 많이 돌봐줘야 하고요.”
그는 이어 “숲”이라고 말해보라고 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저마다 “숲” “숲” 하자 설명이 더해졌습니다. “도시숲은 사실 최근 용어예요. 한자로 숲을 림(林)이라고 써서 2~3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림이라고 했죠. 지금은 법적으로도 도시숲이라고 씁니다. 도시숲법도 있고요. 숲은 우리가 숨을 잘 쉬게 도와주잖아요. 발음상으로도 도시숲이 도시림보다 잘 어울리고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지민 학생기자는 “도시숲이 언제 생겨났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해했습니다. “먼 옛날 청동기 시대에도 숲을 가꿨죠. 고려·조선 등 옛날 마을엔 숲이 함께 있었어요. 이런 마을숲은 오래된 개념입니다.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이 요즘으로 치면 함양군수 시절 백성을 홍수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함양상림은 1000년이 넘은 지금도 잘 보존돼 있죠. 현대의 도시숲은 행정구역상 ‘읍’ 이상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해 마을숲도 도시숲의 일종이에요. 함양산림의 예에서 보듯,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죠.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92%가 도시에 거주하는 만큼 도시숲은 중요합니다. 199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했고, 2000년대부터 법적으로 도시림 등의 개념을 활용했어요. 2021년에는 도시숲법(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제정됐고, 2023년엔 도시숲법이 시행됐죠.”
“어느 정도 규모여야 도시숲이라고 할 수 있나요. 동네 가로수, 아파트 사이에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도 도시숲인가요?” 상윤 학생기자의 질문에 박 연구관은 법적‧행정적으로 각기 다르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생활권 도시숲 면적 기준이 있다고 답했죠. 생활권 도시숲은 도시민이 이용할 때 별도의 시간이나 비용 부담이 낮고 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는 도시숲을 말합니다. WHO의 생활권 도시숲 면적 최저 기준은 1인당 9㎡, 권고 기준은 1인당 15㎡예요.
산림청의 ‘전국 도시숲 현황 조사’ 결과,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도시지역(특·광역시 및 도의 동‧읍 지역·264만3997ha)에는 총 126만3001ha의 도시숲이 분포해요.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 629만8134ha의 20% 정도죠. 그중 생활권 도시숲은 5만3992ha(4.3%)입니다.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도시인구(4703만1000명)는 전체 인구(5184만4000명)의 약 91%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1인당 총 도시숲 면적은 268.55㎡,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1.48㎡예요.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이 1인당 총 도시숲 면적의 4.3% 수준인 것은 도시숲 조성 면적 대비 실제 도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권 도시숲이 아직 미미한 수준임을 보여줍니다.
“아파트 단지 내 나무들은 공동주택법에 의해 심은 것으로, 정원처럼 꾸미거나 연못을 함께 두기도 하죠. 이러한 아파트숲도 일상에서 나무를 만날 수 있어 중요해요. 가로수도 도시숲의 일종입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도시에 심긴 한 그루도 도시숲으로 보고 연구하고 있어요.” 박 연구관의 말에 수민 학생기자는 도시숲의 자세한 기능과 효과에 대해 질문했죠.
도시숲의 기능과 효과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며,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 오염물질을 흡착해 공기를 정화해요. 또 비가 오면 물을 머금고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 홍수 예방에도 도움 주죠. 이러한 조절기능과 함께 숲은 새를 비롯한 각종 동물·곤충들이 살 수 있어 생명 다양성을 높이는 기능도 합니다. 또 숲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쉴 공간이 되어주는 등 힐링기능도 있죠. 숲이 도시민들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숲의 다양한 기능을 토대로 도시숲을 기후보호형, 경관보호형, 재해방지형, 역사·문화형, 휴양·복지형, 미세먼지 저감형, 생태계 보전형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어떤 유형이든 나무가 가진 기본 기능은 충실히 발휘돼요.”
이어 지민 학생기자가 “도시숲은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는지” 물어봤죠. “도시숲을 조성할 때 목적이 있어요. 만약 학교라면 학생들이 공부하다 잠시 쉴 수 있고 자연체험학습도 할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바위 등을 놓아 학교숲을 만들죠. 또 공장이 많은 곳이라면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나무를 많이 심어 미세먼지 저감숲을, 열섬현상이 큰 도시에는 바람이 잘 통하게 공간을 두는 바람길숲을 조성하는 등 목적과 쓰임새에 맞춰 숲을 가꾸죠.”
“그럼 도시숲에는 어떤 나무를 심나요? 주로 심는 나무가 정해져 있나요?” 수민 학생기자의 질문에 박 연구관은 나무 입장과 시민 입장을 다 고려해서 심는다고 답했죠. “나무에는 많은 종류가 있고 각자 어떤 특성이 있는지 연구해왔어요. 보통 바늘잎나무라고 하는 침엽수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좋고, 활엽수는 폭염에 큰 힘을 발휘하죠. 그래서 폭염을 대비할 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처럼 잎이 큰 활엽수를 많이 심어요. 도시숲에 필요한 미세먼지 저감 능력을 평가해 우수·양호·권장 목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문비나무·소나무·느티나무·메타세쿼이아는 우수, 녹나무·상수리나무는 양호에 속하죠. 그렇다고 이런 나무만 심는 건 아니에요. 봄에는 벚나무, 여름에는 이팝나무처럼 시민들이 선호하는 나무도 심죠. 또 나무가 크면 그늘도 크고 좋을 것만 같지만 태풍·폭우 등에 쓰러지는 등 재해 위험도 있어 ‘안전’ 또한 중시하는 요소입니다.”
설명을 듣던 상윤 학생기자가 “나무들이 미세먼지를 없애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없애는지” 궁금해했죠. “사실 완전히 없애는 건 아니에요. 저감이라고 해서,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 양을 줄여주는 겁니다. 미세먼지는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작은 고체물질로,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일단 숲 자체로 그걸 커튼을 치듯 막는 차단 효과가 있고요. 나뭇잎의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과 털, 기공을 통해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땅으로 가라앉히죠(침강).”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은 경기도 시흥시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사이에 조성된 곰솔누리숲(차단숲)을 두고 2001~2022년 22년간의 측정 자료를 분석했어요. 이를 통해 숲 조성 전에는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높았으나, 2006년 숲이 조성된 지 3년 이후부터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산업단지보다 1.7배 빠르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었죠.
“숲은 폭염·도시열섬 등의 현상에서 기온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도시숲이 정말 도시의 온도를 많이 낮춰주나요?” 지민 학생기자의 질문에 박 연구관은 폭염을 이기는 시원한 숲의 효과를 설명했어요. “더운 여름에 마당이나 공터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죠.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주변 열을 빼앗아 간 건데요. 이런 현상이 식물의 잎에서 계속 일어납니다. 증산효과라고 해요. 여기에 뙤약볕을 가리는 나무 그늘 효과가 더해지며 온도를 낮춰주죠.”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7월 폭염이 아닌 날과 폭염인 날에 숲과 도심의 기온을 분석한 결과, 폭염이 아닌 날 숲은 도심보다 약 1.39℃ 낮았고, 폭염인 날에는 숲이 도심보다 약 2.47℃ 더 낮았죠. “이런 효과를 보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차도 많은 서울에는 도시숲이 많이 필요해 보이는데, 서울에 도시숲이 많은지” 물어본 상윤 학생기자는 “전국적으로 도시숲 조성이 가장 잘된 도시는 어디인지”도 알려달라고 했죠.
도시숲을 늘려가야 하는 이유
산림청의 ‘전국 도시숲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특‧광역시 단위에서는 울산·대구·부산·대전광역시 순으로, 도 단위에서는 강원도·경기도·경상북도·전라남도 순서로 도시숲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가장 적은 곳은 특‧광역시 단위에서는 세종특별자치시·인천광역시·광주광역시 순, 도 단위에서는 제주도·충청남도·충청북도 순이었죠. 도시민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체감 녹색양의 지표로 활용되는 도시 면적 대비 생활권 도시숲 면적 비율은 세종(13.7%)·서울(7.8%)·인천(6.5%)·부산(6.2%)·울산(4.5%) 순입니다.
“그럼 도시숲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말한 지민 학생기자가 “도시숲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뭔지”도 물어봤어요.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사유지의 경우예요. 땅값이 비싸다 보니 나무를 심을 곳이 마땅치 않죠. 그래서 연예인 숲·스타 숲처럼 기부하는 문화를 장려하고, 도로 다이어트 등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서울숲이나 여의도숲처럼 큰 숲은 이제 만들기 쉽지 않아요. 대신 작은 땅을 활용할 수 있는 학교숲 등에 주목하고 있죠. 등굣길을 숲으로 만들면 여러분도 좋겠지요. 또 알레르기나 반려동물의 시야, 어린이 눈높이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나무를 심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수민 학생기자는 “건강한 도시숲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만한 새나 동물, 곤충 등이 있는지” 궁금해했죠. “새의 경우 도시숲 지표 조류라고 해서 오색딱따구리·동고비·흰배지빠귀·박새·붉은머리오목눈이·꿩 등 6종이 있죠. 참고로 여기 홍릉숲에는 6종 모두 살고 있어요.” 박 연구관의 말에 상윤 학생기자가 홍릉숲의 도시숲 역할에 관해 물었어요.
국립산림과학원이 자리한 홍릉숲은 산림과학연구시험림입니다. 1922년 임업시험장을 설치하면서 전국에서 각종 나무를 가져와 심어 수종도 다양하죠. 양강도 풍산 매덕령, 함경북도 관모봉 등 북한에 사는 풍산가문비나무가 좋은 예인데요. 남한에 유일하게 수집·식재된 풍산가문비나무로 90여 년 역사를 함께하다 고사해 차세대 나무를 복원한 바 있죠. 또 미선나무 같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식물유전자원 총 2035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산림과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임업 시험 및 연구과제를 수행해요. 도시숲으로써 미세먼지 저감 및 미세플라스틱 차단 효과 분석 연구, 미기상 장기 모니터링 등을 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박 연구관은 “20년 이상 근무 중인데, 일단 들어오면서부터 나무를 보며 기분이 좋아져요. 봄에는 꽃 피고 여름에는 꾀꼬리 울고 해서 4계절을 잘 느낄 수 있고요. 일하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잠시 산책하면 기분전환이 되죠”라며 가까이 있는 도시숲의 힐링 기능을 강조했죠. 그러자 수민 학생기자가 가볼 만한 도시숲을 추천해달라고 청했어요.
“천장산 홍릉숲의 명성황후 능터와 마찬가지로 영우원·휘경원 등 왕실 묘원이 마련된 배봉산, 삼국시대 얘기가 많은 아차산도 가 볼 만합니다. 이처럼 역사가 있는 숲으로 경복궁·창경궁·선릉 등 궁릉숲도 좋지요. 이들 궁릉숲은 도시에서는 드문 예에요. 또 여러 동물 친구들이 사는 서울숲도 있죠.” 질문을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은 박 연구관과 함께 홍릉숲으로 나갔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본관 뒤로 향하자 거대한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었죠.
바로 1892년생 반송입니다. 소나무의 변종으로 줄기가 지표면에서 1m 정도 올라와 여러 갈래로 갈라진 굵은 가지로 우산 형태를 이뤘죠. “1923년 홍릉초등학교 자리에 있던 30년생 나무를 옮겨 심었어요. 홍릉숲의 최장수 나무이자 산증인이죠.” 박 연구관의 설명을 들으며 소중 학생기자단은 반송의 멋진 자태에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650여 년 전 중국에서 도입된 수종인 백송, 풍산가문비, 정이품송 후계목 등 다양한 나무를 둘러보다 분홍빛 진달래와 노란 산수유도 감상했죠. “도심 평지에서 보기 힘든 침엽수가 많으니 한번 산책해 보라”고 박 연구관이 추천한 침엽수원도 걸었고요.
솔방울을 주워서 놀던 소중 학생기자단은 “앞으로 계속 도시숲을 만들어간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1.48㎡로, WHO의 생활권 도시숲 면적 최소 기준은 넘었으나 권고 기준인 15㎡에는 미치지 못하죠. 면적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예요. 서울을 기준으로 도시숲이 약 16분 거리로 나타나는데, 걸어서 5분 거리 정도로 줄이고 싶습니다. 작더라도 가까이 있는 숲을 지역마다 골고루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또 도시숲이 시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지표이자 기후위기·탄소중립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보니 온실가스 흡수, 도시온도 조절, 도시열섬 현상 완화, 미세먼지 저감 등 물리적 연구를 주로 했는데요. 앞으로는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놀이공간이자 힐링공간으로 즐거움·안정 등 정서적 연구도 늘려나가려고 해요.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나무와 함께할 수 있다면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김수민(서울 숭의초 6) 학생기자
-원지민(경기도 동탄목동초 4) 학생기자
-전상윤(경기도 낙생초 4)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