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은 5일 사전투표 뒤 취재진에게 “지금은 현 정부를 정신 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로 그래야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PK(부산·경남) 지역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세 지원을 하면서는 “70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 처음 본다(1일)”,“뭐 눈떠보니 후진국 이런 소리도 들린다(2일)”,“이번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의 진정한 봄을 이뤄내야 한다(4일)”고 야당의 스피커를 자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공식 반응은 삼가고 있지만, 내부에선 “윤석열 정부 2년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을 정상화로 되돌리는 과정이었다”며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한 용산 참모는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 부채가 400조나 늘었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2018년 1월 기자회견을 열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반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음 날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란 입장을 밝혔다. MB는 이로부터 두 달 뒤 구속됐다. 한 MB계 인사는 “현직 대통령이 분노를 언급한 것 자체가 권력을 과시한 것 아니냐”고 했다.
신·구 권력으로 불리는 전·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은 정권 교체기의 통과 의례로 여겨진 측면도 있다. 심지어 같은 당 출신이 연이어 집권한 김대중(DJ)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정권 이양기에도 양측은 대북송금 특검으로 충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MB도 정권 교체기에 정부조직 개편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지 2년도 지난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직 대통령은 야당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권력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