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세 지역을 110곳, 경합지역을 50곳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전체 지역구 254석 가운데 110~160석 당선이 가능한 숫자다.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정권 심판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대됐지만, 아직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분위기는 아니다”며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경합지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경합지역 전체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여전히 반집 승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박빙 지역을 민주당보다 다소 많은 전국 55곳으로 추산했다. 내부적으로는 우세 지역을 90석 안팎으로 본다. 수치만 놓고 보면 90~145석이 당선 사정권이지만, 낙관적이지는 않다. 정양석 선대위 부위원장은 “총선 판세는 살얼음판”이라며 “초박빙 지역에서 선방하면 국민의힘이 승리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개헌 저지선마저 뚫릴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선 법정 선거운동 기간 불거진 양문석 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의 편법 대출 의혹과 김준혁 민주당 후보(경기 수원정)의 막말 논란의 파장이 최대 변수다. 민주당은 “경기도에서 최근 며칠 사이 큰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한병도 위원장)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기도 후보들을 심판하지 않을까 싶다”(정양석 부위원장)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28명을 뽑는 대전·세종·충청에선 민주당은 10곳에서, 국민의힘은 13곳에서 경합 양상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원 지역(8석)에선 민주당은 5곳을, 국민의힘은 3곳을 경합지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50여곳 경합지의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여권의 최대 난제로는 의대 2000명 증원 이슈가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1일)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면담(4일)에 직접 나섰는데도 진척이 없는 상황 자체가 악재라는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도 갈등이 계속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뭔가 하려 하는데 의사단체가 버티기만 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여론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개별 후보 리스크가 표심을 흔들고 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김준혁 후보 같은 막말 논란은 중도층에 영향이 크다”며 “다만 이 사건 파장이 중도층 표심을 정권 심판론으로부터 분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원 300여명은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김 후보 선거 사무실 앞에서 “김 후보는 김활란 이화여자대학교 초대 총장이 미군정 시기에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 시켰다는 비열한 언행으로 대한민국 여성에게 치욕감과 모욕감을 줬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양당 모두 막판 리스크 주의보를 내렸지만, 정작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이 최대 리스크 요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선거 막판에 접어들면서 “이재명, 일베 출신”(한동훈) “국민의힘은 4·3 학살의 후예”(이재명) 같은 거친 표현을 여야 수장이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준한 인천대(정치학) 교수는 “품격을 갖추지 못한 메시지가 쏟아지는데, 한국 정치가 퇴보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총선의 최대 변수는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은 중도층 유권자의 숨은 표심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진보와 보수는 똘똘 뭉쳤지만, 망설이는 중도층이 여전히 상당하다”며 “선거 막판 중도층이 한쪽으로 움직이면 경합 지역 결과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원 대표도 “표심을 정하지 못한 2030 세대가 공정 이슈를 건드린 조국혁신당 등에 얼마나 분노할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