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서울에서의 정상회의 개최 일자를 3국 간 협의 중"이라며 "구체 일자는 정해지는 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3국은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일·중 측과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도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5월 개최와 관련해 일본측에 타진이 있었냐는 질문에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며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 3국이 조율을 하고 있다"며 "한·중·일 정상이 만나 구체적인 협력방향, 지역의 제반 과제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은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를 가속화한다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개최일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한국과 일본이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중국 측이 물밑 조율에서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 간 만남에 호응하지 않았다. 또 같은 달 26일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의 직후 추진됐던 공동 기자회견과 공식 만찬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갑자기 전해왔다.
내달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다면 주요 의제로는 3국 간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도 전날 이번 회의가 성사되면 한국과 일본은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을 촉구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도 한·미·일이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이를 조율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이 한·중·일 정상회의의 '서울 개최' 사실을, 외교부가 "일자가 정해지는 대로 알리겠다"는 입장을 각각 밝힌 만큼 3국 간 협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라고 봤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3국이 기본적으로 동북아지역에서 냉전적 갈등과 충돌 상황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올해 3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4월 한국 총선 등 각국 국내 정치일정의 영향으로 5월 전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외교소식통도 지난해 말 "중국은 1월 대만 총통 선거 직후 한두 달 간 대만 관련 상황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3국 정상회의를 내년 양회 이후에 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내달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