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예선을 오세아니아에서 치른 호주가 왜 지금은 아시아 예선에 나올까. 호주는 2002 월드컵 오세아니아 예선에서 6전 전승을 거뒀다. 당시 오세아니아의 월드컵 본선 쿼터는 0.5장. 1위라도 남미 5위와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했다. 호주는 PO에서 우루과이에 졌다. 그 직후 호주는 대륙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아시아로 갈아탄 호주는 2006 독일월드컵부터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6회 연속 본선에 올랐다.
남 얘기를 길게 한 건, 우리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지난달 26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태국에 3-0으로 이겼다. 일각에선 “3차 예선에 ‘사실상’ 진출했다”고 했다. 웃기에는 ‘사실’ 아직은 이른데 말이다. 한국은 보름 전 홈에서 태국과 1-1로 비겼다. 두 달 전에는 요르단에 0-2로 졌다. 그 직전엔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대표팀 감독은 부재중이다. 3개 조로 진행하는 최종예선에서는 각 조 1·2위만 본선에 간다. 한국(FIFA 랭킹 22위)이 톱시드를 못 받으면, 이미 최종예선에 오른 일본(18위), 이란(20위) , 호주(23위) 중 한 팀과 같은 조에 묶인다. 요르단마저 같은 조에 속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호주는 목표를 위해 대륙마저 바꿨다. 그렇게 해서 강해진 호주는 더 강해지려고 본선행이 ‘사실상’ 보장되는 길도 접었다. 한국 축구, 그 구심점인 대한축구협회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선임 당시부터 ‘사실상’ 우려를 샀고, 그 우려를 현실화 했던 감독 하나 바꾼 거로 다 됐다고 생각한 건 아닐 것이다. 한국 축구에 애정을 가진 이들은 ‘사실’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변화를 위해서라면 수장도 바꾸는 그런 결단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