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로 방향 튼 은행
시중은행이 기업대출에 편중한 데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빚(잔액 693조5684억원)’은 올해 들어 1조59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5대 금융지주는 연초 정부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에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시중은행은 기업대출로 방향을 틀어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린 곳은 신한은행이다. 기업대출 잔액 증가액 기준으로 신한은행의 기업대출은 석 달 만에 6조3354억원 증가했다. 뒤를 이어 하나은행(4조5349억원), 우리은행(4조1368억원), 농협은행(1조4714억원), 국민은행(1조3591억원) 순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올해 먹거리는 기업대출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은행 간 금리 경쟁으로 ‘기업 모시기’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이 늘면서 자산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말 부실채권(연체 3개월 이상)은 석 달 사이 1조원 증가한 12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기업여신이 10조원으로 부실채권의 80%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가계여신(2조3000억원)과 신용카드 채권(2000억원)이다.
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말 0.5%에서 연말엔 0.59%로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0.38%에서 0.5%로, 중소기업 대출은 0.57%에서 0.64% 등 부실채권비율 모두 올랐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돈을 벌어 이자를 못 갚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674개 상장사(코스피+코스닥)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취약기업 비중은 42.4%에 달했다. 1년 전(34.3%)보다 8.1%포인트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