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역사부터 일생까지, 한 눈에 알아봐요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물건인 돈. 한자로 화폐(貨幣)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폐, 즉 지폐·동전 등은 한국은행에서 발행한다. 한국은행에서는 2023년 기준 지폐(은행권) 4종류(천원권·오천원권·만원권·오만원권)와 동전(주화) 6종류(일원화·오원화·십원화·오십원화·백원화·오백원화)의 화폐를 발행한다.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2001년 개관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와 제조·순환과정은 물론,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도 만날 수 있다.
화폐의 시초는 물품 화폐다. 신석기 시대 우리 조상은 농경법을 익히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물품을 서로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다. 이러한 물물교환이 점차 늘어나면서 매번 그 물건을 다 가지고 다니기 어려워지자 운반이 편리하며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물품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게 됐다. 물품화폐의 대표적인 예로 조개껍질·곡물·농기구·소금 등이 있다.
계층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화폐가 사용된 건 조선 후기다. 상업의 발달로 화폐의 역할이 중요해지자 조선 정부는 숙종 4년(1678) 상평통보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통했다. 이후 상평통보는 조선의 대표적 화폐로서 200여 년간 널리 사용됐다. 상평통보는 전국에 있는 48개 기관의 주전소에서 주조됐다. 상평통보·건원중보는 우리가 옛날에 사용하던 돈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엽전’에 해당한다.
오늘날 동전과 흡사한 형태의 주화는 고종 19년(1882년)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은화인 대동은전이다. 1876년 개항과 함께 외국과 통상이 늘면서 근대적 화폐의 필요성이 높아져 만들었다. 대동은전은 일전·이전·삼전 세 종류로 발행됐는데, 건원중보·상평통보와 달리 중앙에 구멍이 없다. 대동은전은 처음부터 워낙 적은 양이 제작됐고, 일부 부유층의 사재기와 원료인 마제은의 가격 상승으로 발행 9개월 만에 제조가 중단됐다.
1945년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우리나라는 1950년 대한민국의 중앙은행 한국은행을 설립했다. 13일 만에 한국전쟁(6·25)이 발발하며 전쟁통에서도 한국은행은 현금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일본의 대장성 인쇄국에서 천원권·백원권을 제작해 같은 해 7월 22일 피난지 대구에서 최초의 한국은행권을 발행했다. 이어 1959년에는 3종(백환·오십환·십환)의 주화가 미국 필라델피아 조폐창에서 제조돼 한국은행을 통해 발행됐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최초의 주화다.
우리나라 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조폐공사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설립됐다. 화폐를 제조·관리하려면 나라의 주권 확보뿐만 아니라 용지·잉크·인쇄장치 등을 비롯해 위조 방지를 위한 여러 첨단기술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은행권을 자국 인쇄시설로 만드는 국가는 40여 개국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은행권 인쇄는 물론 은행권 용지를 자체 해결하는 국가는 20여 개국에 불과하다.
서구적인 외모의 율곡 이이 도안을 넣은 오천원권이 나온 건 당시 화폐에 들어갈 율곡 이이의 공식적인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았기에 발생한 사건이기도 하다. 화폐를 비롯해 동상·그림 등에 담긴 역사적 인물의 모습이 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이 늘면서 이를 방지하고자 1973년 문화관광부(당시 문화공보부)가 고증을 거쳐 표준적인 그림사진을 제작하도록 표준영정을 규정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대왕·율곡 이이·퇴계 이황·신사임당 등 화폐 도안으로 사용되는 선현들의 초상은 모두 표준영정을 근거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2023년 현재 사용하는 지폐 4종류인 천원권·오천원권·만원권·오만원권이란 단위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1972년 율곡 이이의 초상을 전면에 사용한 오천원권이 그 분기점이다. 당시엔 천원권이 가장 큰 단위였는데, 한국은행은 국내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고액권이 필요하다고 판단, 1972년 오천원권에 이어 1973년 세종대왕의 초상을 전면에 사용한 만원권도 발행했다. 또 2009년에는 신사임당의 초상을 전면에 사용한 오만원권이 등장했다.
지폐 4종류와 동전 6종류만 우리나라 화폐로 유통되는 건 아니다. 의미 있는 사건·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하는 기념화폐도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기념주화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1971년 제조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이다. 금화 6종(이만오천화·이만원화·만원화·오천원화·이천오백원화·천원화)과 은화 6종(천원화·오백원화·이백오십원화·이백원화·백원화·오십원화)이 발행됐다. 기념화폐도 엄연히 한국은행에서 만든 화폐이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기념화폐는 많이 발행하지 않아 희소성이 있어 수집용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폐박물관 1층 화폐의 일생 전시실에서는 화폐도 사람처럼 일생의 주기가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발행된 화폐의 수명은 사용자가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화폐의 규격·색상 등을 정하고, 해마다 필요한 화폐량을 예측해 한국조폐공사에 제조를 의뢰한다. 화폐 제조량은 화폐의 발행·환수·폐기 규모를 감안해 결정한다. 제조된 화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요청을 받으면 시중으로 공급된다. 이렇게 발행된 화폐는 시중을 돌며 각종 거래에 사용되다가 예금·세금납부 등으로 금융기관에 돌아온다. 그중 일부는 금융기관에서 한국은행에 맡기면서 한국은행에 돌아오는데, 이를 화폐의 환수라 한다.
환수된 화폐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사용권, 훼손·오염 정도가 심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화폐를 손상권이라 부른다. 2022년 한 해 찢어지거나 더러워져서 폐기한 화폐는 4억1300만 장이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6414억원에 달한다. 지폐를 기준으로 손상권은 잘게 쪼개진 지설물이 되는데, 지설물을 덩어리로 뭉치면 지설물봉이라 한다. 지설물은 건물 바닥재나 차량용 방진 패드의 원료로 재활용하며, 주화의 경우 녹여서 폐기해 금속원자재로 재활용한다.
폐기된 화폐를 보충하고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신규 수요에 맞춰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데에는 연간 약 1100억원(2018~2022년 평균)의 비용이 든다.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이러한 화폐 제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화폐박물관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은 화폐가 나라의 주권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엄청난 발행 비용이 드는 사회적 자산이니만큼 앞으로는 화폐를 더욱 귀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39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일: 월요일, 설 연휴, 추석 연휴, 근로자의 날, 선거일, 매년 12월 29일~다음해 1월 2일
관람료: 무료
문의: 02-759-4881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일: 월요일, 설 연휴, 추석 연휴, 근로자의 날, 선거일, 매년 12월 29일~다음해 1월 2일
관람료: 무료
문의: 02-759-4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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