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이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물이다. 도성 안으로 물이 흐르든가, 물을 끼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삶은 결국 물이다. 그것이 식수든, 운송이든, 기후든, 방어진(防禦陣)이든 인간은 물을 떠나 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평양·부여·파리가 매우 이상적 도성이다.
세 번째로 플라톤은 지열(地熱)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아마도 남향 지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도읍은 산도 들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가 좋다. 이런 조건을 갖췄을 때 인구는 5040명이 가장 이상적이라는데, 현대 사회과학은 아직도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다. 아마 노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말한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규모’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금 한국에는 ‘메가시티’라는 유령이 전국을 떠돌고 있다. 나름의 이론이 있겠지만, 김포를 회랑으로 연결해 서울에 합치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표만 얻을 수 있다면 마구 내지르는 정책이 나라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