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도 재차 만남을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에게 대통령께서 만나기를 희망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볼 것을 권했고 대통령은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의료계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가겠다”면서“의료계에서도 정부와의 대화와 소통에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날(2일)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전하며 대화를 제안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윤정 홍보위원장이 “대통령께서 전공의들을 안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한 직후였다.
의협 "전공의 만남 제안은 환영할 일"
하지만 만남의 조건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는 “어렵게 성사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 또한 확고하다"면서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고 의대 정원 역시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건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5년 의대 증원 배정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의대 교수 증원 신청을 받는단 발표가 나오는 등 후속 조치가 계속 이뤄지는 것을 보며 정원 조정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의협은“어제까지 신규 인턴으로 들어와야 하는 분들이 등록을 대부분 하지 않았다”라며 “이는 이분들이 아직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며 정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도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반기 인턴 대상자 3068명 가운데 마감일인 2일까지 인턴 임용을 등록한 이들은 131명으로 5%가 채 안 된다. 절대 다수의 인턴 대상자가 상반기 수련을 하지 못할 상황에 처한 셈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대통령과 전공의와 대화를 제안한 것에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라면서도 “무조건 만나자고 한다면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먼저 제안해달라”고 요구했다.
"총선 전까지 움직이지 말자" 강경론도
당사자들인 전공의들은 이날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만남이 불발됐다거나 전공의들이 제안을 거절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전공의들과 꾸준히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전공의 만남을 눈물로 호소했던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이날 사퇴했다. 조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의료계에서는 ‘2000명 증원을 수용하라는 말이냐’ ‘조건 없이 대화에 응하면 실익 없이 들러리만 서게 된다’ 등의 비판이 들끓었다. 조 위원장도 언론에 보낸 메일에서 “(호소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께 ‘전공의들을 만나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는 요청이었다”며 “아무 조건 없이 만나달라고 의미가 곡해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통화에서 “조 위원장의 개인적인 소회가 전의교협 입장인 것처럼 나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