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경쟁에 집중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난과 군 고위층 부패 등으로 씨름하는 상황에서 회담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정상은 이번 통화로 안보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첨예하게 맞선 경제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노출했다.
양국 ‘레드라인’ 공개 "선 넘지 말라"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일시적 평화’를 위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사실상의 ‘레드라인’과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벌어질 상황을 동시에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의 법치와 항행의 자유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시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곳은 전쟁 중이거나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레드라인은 중국의 확전 개입이란 의미가 된다.
中, 대만 문제 콕 집어 “레드라인”
시 주석은 아예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의 첫 번째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대만독립’ 세력의 분열 활동과 외부 세력의 격려와 지지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관영매체 신화사는 시 주석의 발언을 ‘강한 경고’라고 표현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최소한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만의 지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독립파’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의 5월 취임을 계기로 대만 해협에서의 안보 상황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동시에 장기화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은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지지율을 위협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신화사도 “바이든 대통령이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 체제를 바꾸지 않으며,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을 강화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며 대만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회담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日총리 방미…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
정부 소식통은 이날 미·중 양국 정상이 대만 문제에 원칙적 공감대를 밝힌 것과 관련 “이달 예정돼 있는 미국의 외교 일정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전화 회담은 극단적 반발이 예상되는 중국과의 사전 조율을 위해 성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측은 “전화 회담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성사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 통화에 이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3~9일)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수주내)을 통해 관련 대화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의 3대 원칙으로 평화·안정·신뢰를 꼽으며 “전략적 인식 문제는 시종 중·미 관계에서 반드시 잘 꿰어야 할 ‘첫 번째 단추’”라고 언급했다. 신뢰가 바탕이 돼야 평화와 안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말로 해석된다.
선거·내치에…물러서기 힘든 경제 이슈
반면 선거와 경제 회복을 위해 양국 모두 양보하기 힘든 사안들에선 이견이 노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 미국 기술이 미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대중(對中)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 중국의 불공정 무역 정책과 비시장적 경제관행을 거론했다.
대선 이슈로 부상한 영상 공유 앱 ‘틱톡’ 문제도 언급했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틱톡 금지가 아닌 매각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 하원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계 바이트댄스가 6개월 내에 미국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한 상태다. 다만 NSC 당국자는 “이 모든 것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분리)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 경제 조치에 대해 “디리스킹이 아니라 리스크 창출”이라며 “만일 미국이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이 정당하게 발전할 권리를 박탈한다면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이 대만과 경제조치 등 레드라인을 언급했다고 전했지만,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 구체적인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 측도 신뢰가 깨졌을 때 나올 행동에 대한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홍콩의 자치권 문제와 신장을 포함한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다시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자치권과 인권 문제는 중국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강조하며 한반도 문제를 테이블 위에 직접 올려놓으면서 러시아와 급속하게 밀착하고 있는 북한 관련 이슈가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주요 압박 카드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