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을 '리스펙트' 하는 이승엽, "모두가 인정할 홈런왕"

중앙일보

입력 2024.04.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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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47) 감독은 한국 야구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다. 199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뒤 KBO리그 홈런의 역사를 대부분 갈아치웠다. 2003년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 기록을 작성했고, 2015년 사상 최초로 통산 400홈런 이정표를 세웠다.  
 

11년 가까이 KBO리그 통산 홈런 1위 자리를 지켜 온 이승엽 두산 감독. 뉴스1

 
통산 홈런 수도 467개로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다. 2013년 6월 20일 통산 352호 홈런을 터트리며 선두로 올라선 뒤 11년 가까이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8년(2004~2011년) 동안 일본에서 뛰었는데도 한국에서 이승엽을 따라잡을 홈런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냈던 '국가대표 4번타자'의 존재감도 독보적이다.
 
그런 이 감독이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리스펙트(존경)'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타자가 있다. SSG 랜더스 내야수 최정(37)이다. 최정은 그동안 아무도 넘보지 못한 이 감독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에 어느덧 5개 차로 접근했다. 지난 시즌을 통산 458개로 마쳤고, 올 시즌에도 개막 첫 9경기에서 5개를 때려내 홈런 수를 463개로 늘렸다. 철옹성과도 같던 통산 홈런 1위 주인공이 바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현재 SSG와 인천에서 3연전을 치르고 있는 이 감독은 "최정이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1위 기록을 세우는 건 기정사실인 것 같다. 미리 축하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최정은 존경할 만한 선수다. 20년 동안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는 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2일 인천 두산전에서 통산 463호 홈런을 때려 이승엽 감독의 기록에 4개 차로 접근한 SSG 최정. 연합뉴스

 
최정은 이 감독의 이런 평가에 몸을 낮췄다. 그는 최근 "이승엽 감독님은 일본에서 8시즌을 뛰셨다. 이 감독님의 통산 홈런 수는 (일본에서 친 159개를 합쳐) 626개"라며 "경기 수도 감독님이 훨씬 적고, 기억에 남는 홈런도 훨씬 많이 치셨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가 467개를 넘어선다고 해도 대부분의 팬이 '신기록 탄생'이라고 느끼진 않으실 거다. 내가 468번째 홈런을 치더라도 역대 최다 홈런 1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감독님이 영원한 홈런왕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이 감독 역시 "당연히 최정이 홈런 기록의 주인공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새로 쓰일 역사의 가치를 인정했다. 이 감독은 "최정은 스윙이 예쁘다. 체격이 크지 않은데도 홈런을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홈런 타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정을 응원하는 이 감독의 유일한 바람은 "어차피 곧 나올 기록이니, 두산전에서는 좀 쉬어갔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최정은 그 희망과 달리 2일 경기 1회 2사 후 두산 선발 최원준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올 시즌 홈런 1위로 올라서는 5호포이자 통산 463호 아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