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런 현상이 매년 봄 11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퇴치 방법이 없는 가운데 피해 지역 마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끈벌레는 2013년 한강 하구에 나타나면서 처음 보고된 신종 유해 바다 생물이다. 20∼30㎝ 길이로, 지렁이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실뱀장어는 끈벌레의 점액질에 노출되면 곧바로 폐사한다.
어부들은 올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지난달 말부터 조업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도 그물에 가득 걸린 끈벌레로 인해 같이 잡힌 실뱀장어가 95% 이상 폐사하자 그물을 묶어 버렸다. 행주어촌계 어부 5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봄철 실뱀장어 조업에 나서지 않았고, 20여명만 지난달 말 조업을 시작했지만, 며칠 사이 일손을 놓아 버렸다.
하지만 서울시는 용역조사 결과에서 방류수 때문이 아닌 것으로 나온 만큼, 어부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하수처리장에서 방류 중인 하수 수질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농도 10ppm 이하로 매우 깨끗하게 정화된 상태라고 반박하고 있다.
행주어촌계는 5년 전 고양시의 용역조사에서 ‘높은 염도 등’ 때문이라는 원인 추정과 관련, 이는 낙동강 등 4대강 중 유일하게 한강하구에서만 끈벌레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끈벌레 발생범위가 확산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신곡수중보 하류 수㎞ 이내 고양 신평과 김포 고촌 등 한강 하구에서도 수년 전부터 매년 봄 끈벌레가 출몰하기 시작한 뒤 점차 개체 수가 늘고, 어부들의 실뱀장어 조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어부들은 하수처리장 2곳의 방류구를 신곡수중보 하류로 이전할 것까지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강 하구 수중 생태계의 안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어부들의 생계도 중요할뿐더러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여서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된 한강에서 11년째 되풀이되는 이상 현상에 대해 정부 차원의 재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