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강력 범죄자 신상 공개는 2010년부터 제도화되었고, 올해 1월 25일부터 모자와 마스크 없는 범죄자의 최근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머그샷(mug shot)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신상 공개 제도는 일각에서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줄곧 이어졌고, 제도화 과정도 상당히 험난했다.
과거에는 범죄자 인권 보호에 치중
상황이 바뀌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다. 수도권에서 특히 여성들을 상대로 한 연쇄 살인 사건이 수십 건 발생하면서 국민은 불안에 떨었고, 사회적 공분은 날로 커져만 갔다. 사회적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는 순간 소신 있는 기자들이 나섰다. 2009년 1월 중앙일보가 공익을 위해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이름과 얼굴을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시시각각 보도하기 시작했고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범죄예방, 알 권리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2010년 4월 살인, 성폭행과 같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가 가능하도록 입법되기에 이르렀다. 그 후 지난해까지 신상이 공개된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50명이 넘는다. 강남 납치 살해사건의 경우 공범 5명 신상이 한꺼번에 공개되었고, N번방성착취물 관련하여 6명 신상이 4개월에 걸쳐 공개되었다.
신상공개 확대했지만 미흡해
다단계·전세사기도 포함해야
공동체 안전을 위해 불가피
다단계·전세사기도 포함해야
공동체 안전을 위해 불가피
그러나 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담은 체포 당시 사진인 머그샷의 경우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당사자인 범죄자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신분증 사진 등 과거 사진을 공개할 수밖에 없어 실제 생김새와 거의 달랐다. 지난해 지하철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최윤종이나 또래 여대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법의 실효성이 무력화되는 것은 곧 법치주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회가 강제 촬영이 가능한 머그샷을 도입한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흉악범 신상공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공동체 안전망 구축이라는 명백한 공익을 위한 것이다.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는 진작부터 머그샷이 일반화되었다. 빌 게이츠, 타이거 우즈,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같은 유명인사 머그샷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8월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되어 구치소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도 공개됐다.
신상 공개로 경각심 키울 수 있어
최근 주위를 둘러보면 사기 등 경제 범죄로 피해를 보는 평범한 서민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세 사기, 다단계 사기, 유사 수신, 보이스 피싱, 주가조작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수도권 일대부터 발생한 전세 사기의 경우 정치권에서 특별법을 제정할 정도로 수많은 서민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어렵게 도입된 특별법이 입법 취지를 살려 실효성 있게 정착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언론이 손을 잡고 노력해주고, 이를 통해 일부 유튜버가 임의로 신상을 공개하여 사적 제재를 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특별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나 유족이 2차 가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한규 변호사,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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