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올해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생 4명 중 1명이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 후 의약계열로 바로 진학한 학생들은 평균 638만 원의 교육비를 학교에 반환했다.
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생 40명 중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학생은 10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생 중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학생은 2022학년도 9명, 2023학년도 5명에 이어
올해 최다를 기록했다.
영재·과학고 출신, 서울대 등 주요 의대 합격
총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대·연세대(서울)·가톨릭대·울산대 의대 정시·수시 합격자 중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은 올해 54명에 달해 전체 합격 인원 396명 중 13.6%를 차지했다. 연세대 의대는 올해 합격자 123명 중 20명이 영재학교, 5명이 과학고 출신이었다. 신입생 5명 1명(20.3%)꼴이다. 가톨릭대는 95명 중 15명, 서울대는 138명 중 11명, 울산대는 40명 중 3명이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이었다.
영재학교·과학고
고3 재학생이 의약계열에 지원하는 경우엔
교육비 환수 등 불이익을 준다. 반면
재수·반수생이 정시 모집을 통해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에는 학교 측에서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선 다른 대학에 입학한 뒤 재수·반수 등을 통해 의약계열로 재진학하는 영재학교·과학고 출신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앙일보가 KAIST·포스텍·UNIST·GIST 등 이공계특성화대학 4개교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중도 포기한 학생 수가 118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405명(34.3%)은 신입생이었다.
10명 중 3명 이상이 입학한 해에 학교를 그만둔 셈이다. 장형조 강남N플러스학원 컨설턴트는 “이미 과학고 다닐 때부터 의대 가는 방법을 고민한다”며 “KAIST를 다니다가 마음을 바꾸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의대를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공계특성화대학을 간 뒤 의대 준비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이공계열이나 약대에 진학했다가 그만두고 의대로 가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중앙일보가 서울대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중도 포기 학생은 366명으로 최근 4년 중 가장 많았다. 특히 공과대학 중도포기생은 111명으로 올해 단과대 입학생(875명)의 12%가 넘는다. 서울대 약대에서도 7명이 지난해 그만뒀다.
66명 교육비 4억 2000만 원 반환…학생당 638만 원
불이익을 감수하고 영재학교·과학고 졸업 후 의약계열로 바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과학고 등 7개 영재학교에서 의약계열에 지원한 학생은 110명이었다. 이 중 62명의 학생이 의약계열에 진학했다. 수시가 54명, 정시가 8명이었다. 합격하지 않고
지원만 해도 교육비 등이 환수 조치되는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를 포함해 총 66명의 학생이 약 4억 2000만 원을 학교에 반환했다. 학생당
638만 원 수준이다.
강 의원은 “교육비 환수 조치로 다소 줄어드는 경향성을 보였으나, 최근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으로 영재학교·과학고 졸업자의 의학계열 진학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이공계 인재를 충분히 양성하고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고 대입 제도 개편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