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진과 이름 등이 담긴 조직도가 서울과 부산 일부 구청 종합민원실과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악성 민원인에 신상정보가 유출된 김포시 공무원이 지난달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여파로 소속 공무원들이 신상정보 삭제 요구에 나서면서다. 다른 주요 광역단체들도 공무원노조 요구로 신상정보 비공개 문제에 관한 협의 절차에 들어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부산지부는 "각 시청‧구청과 공무원 신상정보 비공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지부는 "공무원 사진 삭제와 이름 익명화뿐만 아니라 반복 민원을 막기 위한 민원 쿼터제, 민원 처리 결과지에 기재된 담당 공무원 이름 삭제 등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인천과 경기지부도 준비를 마치는 대로 시‧도청과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그간 전국의 시·도청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책임 행정을 위해 종합민원실과 홈페이지 등에 조직도와 함께 업무별 담당 공무원 사진과 이름을 공개해왔다.
서울의 한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김포 공무원 사건 이후 직원 보호를 위해 개인 신상정보 공개를 막아달라는 요청이 수없이 들어왔다”며 “카페 등에서 좌표가 찍혀 피해를 봤다는 사례, 조직도 사진을 보고 스토킹 피해를 봤다는 사례 등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민원 처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기관에도 민원을 제기했다”며 “동일 민원 총 300여개를 접수한 적이 있다. 정상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신상정보 삭제는 악성 민원 해결의 임시방편이다. 미국에선 악성 민원이 심한 국세청, 복지부에 방문하기 위해선 신원 확인 절차를 가진다. 영국은 욕설, 구체적 근거 제시 거부, 다른 기관에 반복 민원 제기하는 자를 고질 민원인으로 규정해 담당 공무원을 만날 시간과 방법 등을 제한한다.
정부는 이번 주 공무원노조 등과 악성 민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서고, 이달 중에는 악성 민원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인사행정학회장)는 “보안시스템 등을 마련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공무원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해준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악성 민원에 고발할 수 있는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악성 민원 대응팀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