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선 윤 대통령은 51분 1만4000여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취임 후 세 번째 대국민담화였다.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의·정 충돌이 불거진 후 첫 사과 표현”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의료 개혁의 추진 근거와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증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인력 수급 추계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을 구체적 수치로 들어가며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최소 1만명 이상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향후 10∼20년이 지나면 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의사 수와 우리나라 의사 수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국민(68회)이었다. 이어 증원(46회), 논의(23회), 개혁(19회), 협의(18회), 정책(17회), 생명(14번) 순이었다.
특히 ‘굴복’이란 단어를 네 차례 사용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의 요구에 굴복해서, 이해집단의 위협에 굴복해서 지금 심각한 의사 부족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며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내셔서 이 자리에 세워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대응, 건설 현장 '건폭' 개혁, 원전 생태계 복원 등 이익단체의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정면 돌파했던 정책을 일일이 거론했다. “노조 단체와 지지 세력들은 정권 퇴진과 탄핵을 외치며 저항했지만, 만약 그때 물러섰더라면 결국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을 것”이라고도 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한 여러 반론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료계 협의에 대해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정부가 37차례 협의했다는 점을 날짜까지 예시했다. 2000명 증원 불가론에 대해선 “인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그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고 했다. 단계적 증원론에 대해서도 “애초에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다만 조정의 여지는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간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에 대해 “불가역적”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합리적인 통일된 안’이란 조건을 달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정원 조정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저녁 KBS ‘뉴스 7’에 출연해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한다고 1500명 1700명 이렇게 근거 없이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는 2000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서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 마무리에 다시 한번 의료 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저와 정부는 더욱 자세를 낮추고 우리 사회의 약자와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