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1·2차전을 모두 이겼다. 역대 남자부 챔프전에서 2연승을 거둔 팀은 전부(9회 중 9회) 정상에 올랐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1위로 직행해 체력적으로 OK금융그룹보다 유리하다. 대한항공은 34차전이 열리는 안산에서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각오다.
가장 마음가짐이 특별한 선수는 임동혁이다. 이번 챔프전이 고별전이기 때문이다. 임동혁은 지난달 28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합격했다. 다음 달 29일 입대해 다음 시즌엔 뛸 수 없다. 임동혁은 "나도 군에 갔다오면 중년이다. 내가 전역하면 형들이 없을 수도 있는데…"라면서도 "한선수, 유광우, 곽승석 형 모두 너무 잘한다. 돌아오면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링컨 윌리엄스(호주)가 부상당한 사이 든든하게 지켰다. 무라드 칸(파키스탄)이 대체선수로 왔지만, 임동혁의 비중이 더 컸다. 공격성공률에선 외국인들을 모두 제치고 56.02%로 1위에 올랐다. 임동혁은 "그동안 챔프전(11경기 61득점)에선 많이 뛰지 못했다. 이번엔 국내 아포짓으로서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종료 후 러시아 출신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을 영입했다. 35세의 베테랑인 막심은 짧은 적응기에도 비교적 잘 녹아들었고, 챔프전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 임동혁은 "'또 경쟁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팀으로서는 도움이 된다. 좋기도 하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동혁은 짧은 시간 존재감을 발휘했다. 1차전에선 1득점에 그쳤지만, 2차전에선 9점을 올렸다. 13번 공격해 9개나 성공시켰다. 막심이 팀내 최다인 19점을 올렸지만, 공격 효율((공격 성공-차단-범실)/공격횟수)에선 임동혁(69.2%)이 막심(19.4%)보다 월등히 높았다. 막심이 더 많은 견제를 받는 걸 감안해도 임동혁의 활약이 대단했다.
백업으로 밀려났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은 임동혁은 "챔프전 때마다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 기용은 감독이 한다. 코칭스태프, 형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부족함을 고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진정한 에이스는 경기를 계속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순간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