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반 데어 로에가 독일관 전시 총책을 맡았다. 그는 근대 조형예술의 메카, 바우하우스의 핵심으로 세계 3대 거장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1차 대전 패전 후 공화정으로 혁신한 독일은 진보, 번영, 평화라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비전을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려 했다. 미스는 독일관을 혁신적으로 설계해 건축과 공간 자체를 최고의 전시품으로 삼았다.
외부의 넓고 얕은 연못은 자연광을 내부에 반사하고, 안쪽 깊숙한 또 하나의 연못에 ‘아침’이라는 인체상을 설치해 시적 장면을 연출한다. 바닥 재료는 베이지색 트레버틴, 벽체는 녹색 마블과 붉은 문양의 오닉스로 재료 자체가 장식으로 기능한다. 어느 하나 불필요한 것 없이 미니멀하지만 삭막하기는커녕 아름답다. 미스가 즐겨 인용한 “적을수록 더 좋다”는 미니멀리즘 건축의 진수다. 강철이라는 공산품도 자유롭고 풍요롭다는 미학적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작은 전시관은 이후 건설된 수많은 철골조 건축의 시조가 되었다. 아직 조상을 뛰어넘은 자손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