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에 이르기까지 K드라마는 동남아 OTT 인기 차트를 휩쓸었다. 이 지역 OTT 시장에서 K콘텐트 시청률은 39~50%를 기록하며 미국 영화와 시리즈를 압도했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아이치이(iQIYI), 뷰(Viu) 등 플랫폼 경쟁자가 많아도 최강자 넷플릭스의 위상은 탄탄하다.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MPA)의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동남아 시장의 45%를 차지한다. 넷플릭스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의 비결도 K드라마다. 국가별 드라마 톱10에서 K드라마가 한때 8개를 석권했다. 최근 뷰(Viu)의 가입자 수 급증도 K드라마가 원동력이다.
동남아 팬들은 K콘텐트가 세계로 나간 그 출발점부터 지금까지 든든한 후원군이다. 6억8000만 명이 사는 동남아 콘텐트 시장에 변화가 진행 중이다. K드라마 시청률은 다소 낮아지고, ‘피지컬: 100’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의 섹터로 자리 잡았다. 아직 K예능이 드라마가 잃은 빈자리를 온전히 채우지 못한다. 대신 중국과 현지 로컬 콘텐트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프리미엄 VOD 플랫폼에서 동남아 자체 콘텐트 시청률은 12%, 중국 드라마도 10%로 높아졌다. 부상의 비결로 현지 시청자 요구와 다양한 라인업 구축 필요성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치솟는 제작비가 있다. 플랫폼은 가입자 수를 늘리고 제작비는 줄여 수익성을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국 정부도 현지 스튜디오가 포함된 협업·공동제작에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동남아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은 한국을 부러워한다. 한국에는 좋은 배우·작가·감독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앞선 촬영과 편집·그래픽 등 전문인력과 교육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식으로는 K콘텐트의 지속가능성은 없다. 동남아의 다양한 소재와 거대한 시장을 한국의 제작역량 및 전문가 육성 시스템과 결합하며 더 큰 ‘동남아-K콘텐트 생태계’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너무 늦지 않은 때에.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