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오래전부터 다산과 재생을 상징했다. 성탄절이 동짓날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부활절은 봄의 재생을 기념하는 이교도 관습과 융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이스터(Easter)’라는 용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명칭은 서게르만족이 숭배하던 봄의 여신 에오스트레(Eostre)에서 유래된 것이다. 더 나아가 고대 그리스의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와도 관련이 있다. 동쪽(East)에서 뜨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에오스는 밤과 낮의 중간을 맡아 그 경계를 정의한다. 겨울을 지낸 뒤 만물이 재생하는 봄이나 캄캄한 밤을 이기고 동이 트는 새벽은 둘 다 생명의 힘을 상징한다.
하지만 달걀이라 하면 무엇보다도 디오니소스 신을 최고로 숭배하는 오르페우스교에서 만물의 태고의 원천으로 언급하는 ‘우주 달걀(cosmic egg)’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달걀을 까고 나오는 비옥하고 신비스러운 존재라는 관념은 고대 그리스를 비롯해 힌두교, 조로아스터교나 이집트와 페니키아 문명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우리나라 주몽의 탄생 같은 고대의 난생 설화와도 관련이 있다. 주역은 부활을 복괘(復卦)로 말한다. 복(復)은 ‘돌아온다’는 뜻이다. 부활 그 자체가 생명의 순환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