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엔 고인을 추모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조문객을 맞았다.
조 명예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은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이틀째 빈소를 찾았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손길승 명예회장은 “고인은 국제관계 전반과 기술에 정통하신 분이라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부자(父子)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고인은) 예전부터 재계에서 다들 굉장히 존경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사돈 MB “기업 투자 일으키고 많은 일 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김진표 국회의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관영 전북도지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등 각계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이 빈소를 찾았다. 성 실장은 “고인은 우리 경제에 많은 공헌을 하신 분으로,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말했다.
조현준 회장과 동창, 이재용 회장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도 방문했다.
‘형제의 난’을 촉발한 차남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은 빈소 전광판에 공개된 유족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지만, 전날 빈소를 찾았다. 5분 정도 머무르며 조현준 회장과 짧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은 “가족과 어떤 얘기를 나눴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효성 관련 지분을 모두 팔고 회사를 떠난 상태다.
4000억 넘는 상속세는 어떻게 마련
인적분할 이후엔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지분 교환을 통해 지분 정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로 엇비슷하다. 인적분할 후 조 회장은 ㈜효성신설지주 지분을 조 부회장에게 넘기고, 조 부회장은 ㈜효성 지분을 조 회장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지분 정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 관계자는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지분 정리를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LG와 LX의 계열 분리 때 보듯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의 ㈜효성 지분 10.14%(지난해 말 기준) 등이 어떻게 상속될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조 명예회장이 상속과 관련해 유언을 남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는 분쟁의 가능성을 남기지 않기 위해 민법상 법정상속분대로 상속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법정상속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의 ㈜효성 지분은 부인 송광자 여사에게 3.38%, 세 명의 형제에게 2.25%씩 돌아간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받더라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지분율 2.25%씩 상속받는다면 ㈜효성 지분율이 각각 24.19%, 23.67%가 돼 조 전 부사장과는 지분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계열사 지분도 10% 남짓씩 보유했다. ㈜효성과 계열사 주식을 모두 합하면 7000억원이 넘는다. 상속세율 60%(최대주주 할증 포함)를 적용받으면 상속세만 4000억원이 넘는다. 재계에서는 상속세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지분 매각, 주식담보대출, 주식의 공익재단 기부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