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귀국 후 사의…공수처에 강공 카드
지난 19일엔 “서둘러 소환 일정을 잡아달라”는 내용의 조사기일지정 촉구서를 제출하고, 27일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과 수사외압 혐의(직권남용)을 둘러싼 법률적 분석이 담긴 의견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의견서엔 “졸지에 ‘파렴치한 해외도피자’라며 지탄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며 “조사가 필요하다면 신속히 (소환) 일정을 잡아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국 사직을 결심한 건 명예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사는 실체가 없는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본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며 “우선 공수처 수사에 적극 대응해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대통령께서도 이 대사의 뜻을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7개월째 제자리 걸음 중인 공수처 수사
이 전 대사의 공직 사퇴에도 공수처는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및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이 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지난 1월 해병대사령관과 국방부 검찰단 등을 압수수색 후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당시 신범철 국방차관과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없다. 신 전 차관과 임 전 차장이 각각 22대 총선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점을 감안하면 총선 이후에나 소환조사가 가능하다고 법조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공수처는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이 전 대사 뿐만 아니라 그 윗선의 역할과 개입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만큼 수사기간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리적으로도 이 대사의 직권남용 혐의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직권남용죄는 직무 권한을 위법하게 행사해 상대방이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해야성립하는데, 이 전 대사 측은 군에 수사권이 없는 만큼 조직 내에서 상명하복식 위계질서의 최상단에 있었던 국방부 장관이라 해도 남용할 직권 자체가 없었다고 항변 중이다.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권은 없었지만 ‘조사권’은 있었고,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있어, 앞으로 양측의 법리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