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급이 불안정해진다고 하면 발전(發電)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으나, 실은 그만큼 중요한 게 바로 송전(送電)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의 생산과 소비가 지역적으로 매우 이격이 커, 발전 시설이 아무리 늘어도 송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전력공급이 불가능해서다. 예컨대 2022년 기준 지역별 전력자급률 자료를 보면, 서울이 쓰는 전력량 중 오직 8.9%만이 서울 내에서 생산된 전기다. 나머지 91.1%는 원전을 여럿 갖춘 부산·경남이나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가진 충남 같은 곳에서 생산된 전력을 끌어다 충당하는 구조다. 그러니 제대로 된 송전망을 갖추지 못하면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산업시설의 적절한 가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장래엔 송전망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식의 전망이 아니다. 이미 동해안 지역은 발전 용량이 송전 가능한 최대 용량을 초과해, 발전량을 제약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추가적인 송전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런 송전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곳이 한국전력이다. 이미 200조원의 부채를 짊어져, 하루에 이자만 121억원씩 내야 하는 곳에 그럴 여력이 있을까. 표심이 무서워 전기요금 인상을 주저하다,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같은 추가 전력수요를 외면하는 건 장기적 산업경쟁력을 깎아먹는 일이다. 그런데 대체 언제까지 이런 매표 행위를 ‘착한 적자’라 부를 생각일까.
박한슬 약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