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통령실의 공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 교수를 만난 1시간쯤 뒤인 오후 6시에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50분가량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한 위원장의 등장 전까지 의료계와 정부는 정면 충돌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대학별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상태였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업무개시명령에도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면허를 26일부터 정지시킨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중재자로 나섰고,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한 모양새다. 전날 한 위원장 측은 의대 교수와의 간담회 추진을 대통령실에 전하는 등 의정(醫政) 충돌과 관련해 소통 채널을 가동해 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 요청에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원칙론을 접은 것”이라며 “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예정했던 면허정지 처분도 무기한 연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단 강경 대치 모드가 대화와 타협 모드로 전환된 것”이라고 전했다.
국무총리실은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빠른 시일 내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정과 의료계는 의료개혁에 대해 각자 입장 차가 있지만,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도록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악으로 치닫던 의정 충돌이 수습 국면으로 온전히 전환할 지는 미지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의대 정원 2000명’ 등 의료대란의 계기가 된 본질에 대해선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최종 타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KBS에 출연해 “2035년에 의사 수가 1만명 정도 부족하다. 이를 메우려면 연간 2000명 배출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은 인원을 변경시킬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