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단위별로 4년마다 한 번씩 개정되는 일본 교과서에서 일본의 가해 역사를 지우는 역사수정주의적 기술이 나날이 강화되면서 양국 관계개선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요' 삭제하고 '일했다'로 변경
일부 교과서에선 태평양전쟁 시기 조선인 노동자, 위안부와 관련한 서술에서 일본의 강제성을 흐리는 쪽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예를 들어 이쿠호샤의 역사 교과서는 징용 문제와 관련한 내용에서 "조선과 대만에도 징병과 징용이 적용돼 일본 광산과 공장 등에서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는 기존 문장을 "조선과 대만에도 일부 징병과 징용이 적용돼 일본 광산과 공장 등에서 혹독한 환경 속에 일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대체했다. '일부'라는 표현을 추가해 징용과 징병의 대상을 축소하고, '강요받았다'는 표현을 삭제해 강제성을 희석하려 했다.
또 데이코쿠서원 역사 교과서는 당시 일본인 조선인이나 중국인을 징용해 "일본 각지의 탄광, 광산에 데리고 가서 낮은 임금으로 과도하게 일을 시켰다"는 표현을 "일본 각지의 탄광, 광산에 끌려가 낮은 임금으로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됐다"로 순화했다.
니혼분쿄출판은 "일본은 1910년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해서 한국을 병합해 식민지로 삼았다"는 기존 문장에서 '군대의 힘을 배경으로 해서'를 삭제했다. 한국 병합이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 교과서는 3·1 운동 관련 기술에서는 "조선총독부는 경찰과 군대를 이용해 (3·1 운동을) 탄압했다"는 문장 등을 추가했다.
각의 결정 따라 '종군위안부' 표현 빠져
앞서 일본 정부는 2021년 각의(국무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과 관련해 '강제연행'이나 '연행'이란 표현 대신 '징용'을, 군대의 관여를 연상시키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 대신 '위안부'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채택한 바 있다. 이후 개정된 교과서들의 경우, 이런 정부 지침에 따라 '강제연행'이나 '종군위안부' 표현이 대부분 삭제됐다.
15종 교과서 "한국이 독도 불법 점거"
또 18종 중 15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리교과서중 채택률이 가장 높은 데이코쿠서원 교과서는 "한국은 해양 권리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공해 상에 경계를 정해 다케시마에 해경과 등대를 두고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2018년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면서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외교부, "日 진정성 있는 역사교육 해야"
외교부는 이날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고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반발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주장에 기반해 서술된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과 서술이 강제성이 드러나지 않은 방향으로 변경됐다"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입각한 역사교육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교육부도 성명을 내고 "일본 정부는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우리 영토와 역사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내용을 스스로 시정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번 교과서의 경우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과 함께 조선인 강제 동원,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해 축소·은폐하는 내용이 있어 지난 2020년 처음으로 검정 심사를 통과할 당시 시정을 요구했지만 검정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