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흑역사 굳이 소환,‘언론 겁박’ 아니면 뭔가
한동훈 “황, 스스로 거취 결정하고 이종섭 귀국을”
우선, 황상무 수석이 지난 14일 기자진 회식 자리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황 수석은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국군)정보사령부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제의 사건은 36년 전인 당시 중앙일보 계열의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이 쓴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란 칼럼에 앙심을 품은 정보사 군인들이 예하 부대장의 “혼내 주라”는 지시를 받고 출근길의 오 부장에게 테러를 가한 것이다. 오 부장은 허벅지가 3~4㎝ 찢겨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황 수석은 당시 “(오 부장이)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유사한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겁주려는 의도로 들릴 수밖에 없다.
황 수석은 5·18과 관련해 북한 배후설까지 언급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에서 잇따른 막말 설화를 비판하고,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찾은 게 엊그제인데 대통령실 수석이 막말을 넘어 섬뜩한 협박성 발언에다 ‘5·18 음모론’까지 거론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황 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사과드리며 언행을 조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말은 평소 의식의 소산인 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황 수석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의 언론관이 어떤 수준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달랑 네 문장에 그친 사과로 덮고 갈 사건이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는 한 위원장 말마따나 황 수석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종섭 대사 역시 즉각 귀국해 수사 프로세스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공수처가 7개월간 조사 개시조차 안 하며 출국 금지를 연장한 건 수사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법치에 철저해야 할 정부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인 그를 서둘러 대사에 임명하고 내보낸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 위원장에 이어 윤 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국민의힘 분당을 후보도 황 수석의 사퇴와 함께 이 대사의 귀국을 촉구한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