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3일 서울 여의도에 집결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여의도공원 인근 5개 차로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의협은 당초 이날 집회에 2만5000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4만 명 가량의 의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경찰은 의사 1만2000명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했다. 의사들은 현장에서 “근거 없는 의대 증원, 피해자는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수가를 높이고 의료 과실 관련 법적 위험이 줄어들면 필수의료 문제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며 “의대생 증원은 잘못된 포퓰리즘 정책이다. 정부의 본심은 실질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총선을 겨냥한 지지율 상승”이라고 주장했다.
거리에서 의사들의 집회를 바라본 시민들은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목동에 거주하는 70대 서모씨는 “의사가 환자 생명을 볼모 삼아 거리로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도 2000명이나 늘리니까 서로 타협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여의도공원을 찾았다가 집회 현장을 본 김모(23)씨도 “이렇게 곪아 터질 때까지 내버려 둔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 얼른 합의돼 의료시스템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용품을 팔던 한 상인은 참석자의 손을 잡고 “의사 선생님들 오늘까지만 나오시고 빨리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 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3200명의 경력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 조 청장은 “준법 집회는 보장하겠으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을 대상으로 참석을 강요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도 이날 집회를 앞두고 논란이 됐다. 경찰청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제약회사 영업사원 참석 강요 의혹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비대위나 16개 시도의사회, 시군구 의사회 등 지역단체에서 제약회사 직원을 동원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시하지 않았다“며 “일반 회원들의 일탈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 의료법 위반 교사·방조 혐의 등으로 의협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등 현직 간부 4명을 출국금지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지호 청장은 “압수수색과 동시에 출석을 요구했다. 가용한 경찰 수사력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