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슬픔도, 기쁨도 손을 맞잡고 견디어 왔다. 이제 방황을 멈추고 저 높고 고요한 곳에서 안식을 누리리.” 이렇게 시작하는 첫 구절에 노래의 주제가 압축돼 있다. 여기서 ‘잠’은 ‘죽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곧 죽음이 찾아오리니 그리하면 외로움 속에 길 잃을 일이 더 이상 없으리”라는 구절이 암시하는 듯 죽음은 또한 ‘평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곡을 이렇게 맺는다. “방랑에 지쳐버린 우리. 이것이 혹시 죽음이 아닐까?” 본래 원시에는 “저것이 혹시 죽음이 아닐까?”라고 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슈트라우스가 ‘저것이’를 ‘이것이’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당시 슈트라우스는 죽음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저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아주 근접해 있는 것(이것)으로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슈트라우스는 이 작품이 공연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생을 마감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는 아마 자신이 부른 백조의 노래가 먼 후세 사람들에게 이토록 깊은 감동으로 다가가리라는 것을 짐작하지는 못했으리라.
진회숙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