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노는 관객과 예술의 상호작용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파레노의 전시는 ‘보는’ 전시가 아니다. 관람객이 그 안에서 시간을 경험해야 하는 ‘공연’ 같은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 전시가 공연이라면 그것은 야외에 설치된 대형 타워 ‘막(膜)’에서 시작된다. ‘막’은 소리 내는 기계 타워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상 그 자체가 거대한 센서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이자 컨트롤 타워다. 이것은 밖의 기온과 습도 풍량, 소음과 대기오염, 미세한 진동까지 모든 요소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는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사운드로 여러 작품을 작동시킨다.
이 낯선 전시에 대해 관람객의 반응은 엇갈릴 듯하다. 어떤 관람객은 영화관으로 변신한 블랙박스에서 프란시스 고야의 철거된 집을 보여주는 영상 작품 ‘귀머거리의 집’ 등을 보며 작품 특유의 이미지와 사운드에 압도되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어떤 관객은 깜빡이며 움직이는 조명이 있는 그라운드갤러리 전시장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서 있을 수도 있다.
파레노의 작품이 낯설게 여겨지는 이유는 더 있다. 전시 공간에 나온 것들이 모두 ‘미완성’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의 야심작 중 하나인 거대한 반딧불이 설치 작품은 관람객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도 멈춰져 있고 불도 꺼져 있다. 이 투명 LED 작품은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돌고, 주변에 앉고 움직일 때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 부관장은 “파레노는 전통적인 전시 방식을 깨뜨리기 위해 ‘낯선 경험’을 선사하는 예술가”라며 “그의 작품들은 작품과 관람객, 그리고 외부 환경이 서로 작용할 때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며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