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주도인 세인트 폴에서 남쪽으로 35㎞를 내려가면 스틸워터라는 한적한 강변 마을이 나온다. 미국에서 쳐주는 골동품 전문 도시다. 내가 그곳을 찾은 것은 고서 때문이었다. 마음에 드는 고서 몇 권을 사 들고 강변 카페에서 마시던 차 맛은 내 일생에 10대 여행 명소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도는 상대와 정을 나누고(和), 공경을 표시하고(敬), 다구(茶具)의 청정을 느끼며(淸), 분위기(寂)를 즐기고자 함이다. 그는 차 따고 덖는 법, 물의 선택, 온도 맞추고 따르는 법, 다기와 효과 등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그 가운데서 함께 마시는 벗의 숫자를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에 따르면 차는 마시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 맛이 다르다. 혼자 마시는 것은 그윽하며(幽), 둘이 마실 때는 맛이 빼어나며(勝), 서넛이 마실 때는 즐거우며(趣), 대여섯이 마시는 것은 맛을 모르고 벌로 마시는 것이며(汎), 예닐곱이 마시면 퍼먹이는 것(施)이다.
좋은 친구와 마셔야지 우르르 몰려가 왁자지껄한 것은 차담이 아니다. 늦은 나이의 유학 시절에 너무 외로워 유학생 상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니 혼자 차를 마셔보라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