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직면한 유럽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우선 영국이 금리 인상기 이후 처음으로 적극적인 금리 인하 의지를 내비쳤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의회에 출석해 “금리를 내리기 전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목표 수준(2%)까지 떨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며 그 전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점차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다. 영국은 지난해 3ㆍ4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시점도 관심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4월이나 6월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독일은 지난해 4분기(-0.3%)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5일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27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0.9%로 석 달 만에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예상보다 강한 경제에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20일 시장 이코노미스트 104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53명(50.96%)이 첫 기준금리 인하 시기로 6월을 꼽아 5월 전망(33명ㆍ31.73%)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부터 매월 설문을 진행해왔는데 첫 인하 시점이 3월에서 5월, 또 6월로 미뤄진 것이다. 앞서 1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이 재차 반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상반기까지는 동결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데다 월가 일각에선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을 확인한 후 7월 이후에나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제임스 매킨타이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는 데는 각국 중앙은행의 연대가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이탈자가 생기는 것도 불가피하다”며 “개별 국가의 상황이 통화정책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