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밀실 사천’ 논란 민주당, 이리 가면 참패 피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4.02.2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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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친문계 현역 의원 뺀 여론조사에 ‘공천 학살’ 반발

비선 개입 의혹 증폭, 큰 잡음 없는 여당 공천 대비

4·10 총선을 5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밀실 사천(私薦) 논란으로 소란스럽다. 이인영(서울 구로갑),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 등 친문계 중진 지역구 곳곳에서 해당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가 지난 주말 사이 돌면서다. 이 의원 지역에선 영입 인사인 이용우 변호사의 이름이 대신 들어가 여당 후보와 경쟁력을 견주는 조사가 실시됐다. 홍 의원 지역에선 친명계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과 영입 인사인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 간 경쟁력 조사가 이뤄졌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조사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공천 학살’ 시도라는 반발이 크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어제 ‘현역 의원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하는 등 파열음은 증폭되고 있다. 당과는 무관하다는 해명도 궁색하다. “정체불명 여론조사에 확실히 조치하라”는 당내 요구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뒤따랐다는 얘기는 없다. 문제의 여론조사를 수행했다는 업체가 당에서 추가 선정된 것을 놓고 특혜설 등 뒷말도 많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공천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의원 단체대화방에서도 여론조사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공천 관리 능력이 안 되면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속단은 이르지만 중진 재배치, 용핵관(대통령실 참모 출신) 특혜 시비 최소화로 큰 잡음이 없는 국민의힘과 대비된다.
 
비선 개입 의혹도 논란이다. 당내에선 신명계(신이재명계)로 불리는 이 대표 친위그룹이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중요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는 말이 나돈다. 핵심 당직자는 “거기서 민감한 공천 문제가 논의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권노갑 상임고문 등 민주당 원로 인사들도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민주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시스템 공천을 무력화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13~15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5%에서 31%로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34%에서 37%로 상승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CBS 노컷뉴스(15~16일) 조사에선 37.2%로, 여당(44.3%)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렸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천을 두고 설 연휴 전부터 시작된 친문·친명 갈등 등 공천 분란에 유권자들이 실망한 영향이다. 비례연합정당은 반미·종북 인사 참여 논란이 크고, 녹색정의당과는 지역구 연대 셈법으로 복잡하다. 뭐 하나 떳떳한 게 없어 보이는 실망스러운 모습들이다. 혁신 공천과는 거리가 먼 정략적 계산만으론 총선 참패를 피할 수 없다. 반민주적 밀실 사천이 성공을 거둔 전례는 없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