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전면 백지화까지 복귀 안 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 진료차질은 불가피하다. 빅5 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는 2745명에 이른다. 사직서를 받은 빅5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응급수술 등을 맡기 때문에 이들 사직이 응급실 운영 등 병원 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뜻을 꺾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유튜브에 사직 사실을 올린 대전성모병원 인턴 홍재우씨는 “사직 뜻엔 변함이 없다”며 “정부가 현 정책을 백지화할 때까지 의료계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5에서 일하는 전공의 A씨도 “낙수과 살리겠다는 정책에 낙수과 선생님들이 제일 먼저 질식하고 있다”며 “개인 사유로 사직한 만큼 그 뜻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17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공의 4년차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은 “500명을 (증원)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으로 소청과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금과 같은 현실이 이대로 간다면 세브란스병원 다음으로 다른 빅5 소청과가 무너지는 데 10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을 위한 사직이 아니라 개인 사직을 하고자 한다.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은 더는 견디기 괴롭다”고 주장했다. 두 아이 엄마이자 현재 임신 중이라는 그는 “소청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덧붙였다.
의사 선배들 “전공의 사직 지지”
전공의의 사직을 돕겠다며 선배 의사들도 나서고 있다.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사직서 제출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전공의 등의 단기 참관을 모집한다”는 인천 한 정형외과의 구인 글이 올라왔다. "주 2~3회 참관하며 자잘한 업무를 같이 해달라. 9시~18시 비용 합의"라는 조건도 붙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한다는 한 원장은 “의대생·전공의의 정신적 고통에 따른 치료 진단 서류 발급을 전국 최저가로 도와준다”고 적었다. 휴학·사직 원인을 ‘개인적 사유’로 보이게끔 진단서 발급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전공의가 빠지면) 당직을 대신 서겠다” “사직서를 내고 월급이 나오지 않는 전공의에게 월급 70%를 지원하겠다”는 의사 선배의 글도 올라왔다. 지난 1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내과 1년 차 전공의는 “교수님들이 ‘잘 쉬다 오라’고 했다”며 “다그치지 않고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여 조금은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