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최근 학교에서 고교 시절 은사(恩師)님과 조우했다. 은사님이 지구과학 기간제 교사로 선발되면서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에서 동료 교사가 됐다. 제자였던 교사는 “학교도 젊은 교사를 원하지만, 지원자가 워낙 없다. 젊은 교사가 나타날 때까지 수업을 비울 수 없으니 ‘할생님(할아버지·할머니 선생님)’도 모셔오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구인난에…퇴직 교장도 기간제로
이렇게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수요는 많아지는데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경쟁률이 수십 대 1에서 2~3대 1로 떨어진 것은 물론, 공고를 올려도 한 번에 지원자가 오는 법이 없다”며 “교사가 되려는 교대, 사범대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독 수업이 가능한 기간제 교사가 되려면 교대나 사범대 졸업생 등에게 부여하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기별로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교대나 사범대생들이 기간제 교사에 많이 지원하다 보니 고시가 치러지는 2학기 때는 구인난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퇴직 교원 스카우트하기도…“서울서 멀수록 고령화 심각”
교육부는 이런 흐름에 따라 기간제 교원의 연령 제한(65세 이하)을 완화했다. 지금까지는 1·2차 채용 공고 후 지원자가 없을 경우에만 연령을 확대해 다시 공고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최초 공고부터 지원 자격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거나 시도별 제한 기준보다 상향해 채용할 수 있다. 통상 교육청들은 기간제 교사·강사 채용 시 62세, 65세로 연령을 제한했다.
“피구만 시킨다며 ‘아나공’ 불려”…동료 교사 평가도 엇갈려
동료 교원들의 평가도 엇갈린다. 경기도의 한 연구부장은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시험 출제나 각종 행정업무가 서툴다 보니 보직 교사들이 업무 폭탄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활성화되며 학교생활기록부 작성도 교사의 주요 업무가 됐는데, 나이 든 분들은 세부 특기사항에 한두 문장 이상 적지를 못하더라”고 했다. 반면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교사로서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얻거나 수업에 대한 후배 교원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등 멘토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청이 기간제 풀을 구성할 때부터 현장 연수를 받은 사람만 포함시키는 등의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며 “교사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를 도울 전담인력도 별도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